주황색 마법 주스와 구름 위를 걷는 발걸음
둘째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내 옷자락을 잡아끌며 물었다. "아빠, 이 주스는 왜 주황색이야? 마법 약이야?" 웰컴 드링크의 선명한 색깔이 아이의 세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Li Xuan Guo Ji Fan Dian의 로비는 아이의 작은 보폭으로는 한참을 걸어야 할 만큼 광활한 영토였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조차 아이에게는 탐험의 연속이었다. 아이는 푹신한 카펫 위를 콩콩 뛰어다녔는데, 두꺼운 섬유 조직이 발소리를 눅눅하게 집어삼킬 때마다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내 소리가 어디 갔지?" 소리가 사라지는 마법에 매료된 아이는 제자리에서 계속해서 도약했다. 옆에 놓인 커다란 가죽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자,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아이는 소파 틈새에 낀 작은 먼지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전설 속의 보물이라도 되는 양 한참을 숨죽여 들여다봤다. 어른들이 나누는 예약 확인이나 조식 시간 같은 건조한 대화는 아이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았다. 그저 손끝에 닿는 주스의 달콤한 향기와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카펫의 포근함, 그리고 낯선 공간이 주는 묘한 긴장감이 아이를 들뜨게 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이곳은 호텔이 아니라, 거대한 놀이터였다.
작은 바퀴가 그려낸 화롄의 비밀 지도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 밖으로 나섰다. 2월의 화롄 공기는 적당히 눅눅했고, 뺨을 스치는 바람에는 바다의 짠 기운과 젖은 흙 내음이 섞여 있었다. 아이는 헬멧이 무겁다며 입술을 삐죽거렸지만, 페달을 밟는 작은 다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바퀴가 구를 때마다 '착착' 소리를 내며 길 위의 풍경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미룬 계곡의 해변 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아이의 시선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낮은 곳에 머물렀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노란 꽃 한 송이, 바람에 굴러가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아이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 "아빠, 이것 봐! 꽃이 나한테 인사해!" 아이에게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길가에 흩어진 사소한 조각들을 수집하는 과정이었다. 저녁이 되자 태평양 등불 축제의 불빛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린 거리 위로 형형색색의 등불이 떠오르자, 아이는 그 빛의 조각들을 손으로 잡으려 허공을 휘저었다. 동대문 야시장의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끈적한 간식을 입가에 묻힌 채 웃는 아이의 뺨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함께 달렸고, 빛을 보았으며, 맛있는 것을 먹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가 내뱉은 짧은 감탄사 몇 번이 그 어떤 가이드북의 설명보다 완벽한 여행의 기록이 되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여행이 된다는 것을, 아이의 작은 뒷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의 온전한 정적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방 안에는 이제 규칙적인 낮은 숨소리만 남았다. 폭풍 같았던 하루의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비로소 공간의 정적이 밀려왔다. Li Xuan Guo Ji Fan Dian의 가족실 침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포근했다. 빳빳하게 말려진 흰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피부에 닿을 때,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아이들을 씻기고 눕히느라 진을 다 뺀 뒤에야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조용히 SPA 구역으로 향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하루 종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근육들이 느슨하게 풀려나갔다. 매끄러운 물의 온도가 온몸을 감싸 안았고, 눈을 감으니 낮에 들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자전거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아득한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문득 10층 조식 식당에서 맛보았던 김이 모락모락 나던 쌀밥과 정갈한 채소 요리들의 온기가 떠올랐다. 화려한 기교는 없었지만, 기본에 충실한 그 담백한 맛이 오히려 지친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방으로 돌아와 창밖을 보니 화롄의 밤하늘에 별 몇 개가 수줍게 빛나고 있었다. 삶의 에너지를 60%만 쓰며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이런 찰나의 평화만큼은 남은 힘을 다해 기억 속에 새기고 싶어졌다. 세탁실에서 건조기가 돌아가는 단조로운 기계음을 배경음악 삼아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또 어떤 사랑스러운 소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별거 없는 일상이기에 더없이 소중한 밤이었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내 옷자락을 꼭 잡고 잠든 밤은 충분히 따뜻했다.
- 아이와 함께 호텔 자전거를 빌려 미룬 해변 도로의 바람을 천천히 느껴보세요.
- 10층 조식 뷔페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신선한 과일과 따뜻한 요리를 넉넉히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