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었다.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뀐 채로 아이는 Li Xuan Guo Ji Fan Dian 로비로 천진하게 뛰어 들어갔다. 아이의 작은 발소리가 두껍고 폭신한 카펫 속으로 푹푹 파묻혔다. 첫째는 호텔이 마치 거대한 성 같다며 들뜬 목소리로 복도 구석구석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아빠, 여기 진짜 성 같아!"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로비의 깊은 소파에 몸을 묻었다.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높은 천장까지 닿았다가 부드럽게 흩어지는 풍경,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시작은 충분했다.
SPA 구역의 온수는 마치 따뜻한 담요처럼 온몸을 감싸 안았다.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이 얼굴을 덮자, 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어깨 근육이 촛농처럼 서서히 풀려나갔다. 물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수면 너머로 아득하게 멀어졌다. 피부에 닿는 물의 촉감은 매끄러웠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아로마 향이 감돌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부유하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갈구했던 유일한 사치였다.
셀프 세탁실에서는 규칙적인 기계음이 심장 박동처럼 울리고 있었다. 덜컹거리는 세탁기의 진동이 일종의 리듬이 되어 귓가를 맴돌았다. 젖은 옷가지들이 회전하며 내는 둔탁한 소리와 코끝을 찌르는 깨끗한 세제 냄새. 낯선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이런 지극히 일상적인 소음은 오히려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6월의 화롄은 여전히 눅눅하고 뜨거운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조식 뷔페에서 만난 망고는 화롄의 햇살을 그대로 응축해 놓은 듯했다. 잘 익은 노란 과육이 혀끝에 닿자마자 달콤하게 녹아내렸다. 아이들은 접시에 망고만 수북이 쌓아왔다. 입가에 노란 즙을 잔뜩 묻힌 채 서로를 보며 낄낄거리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풍미와 진한 커피 향이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특별한 진미는 없었을지 몰라도, 함께 나누어 먹는 그 시간의 밀도는 무엇보다 진했다.
오후 6시, Li Xuan Guo Ji Fan Dian의 루프탑 가든에 올랐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옅은 소금기를 머금고 뺨을 스쳤다. 6월의 늦은 햇살이 건물의 외벽을 액체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맥의 능선은 짙고 옅은 푸른색으로 겹겹이 쌓여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첫째가 난간 너머의 풍경을 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말을 다 듣는 대신 바람의 온도를 느끼는 쪽을 택했다.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가 더없이 쾌적했다.
호텔에서 빌린 무료 자전거의 체인이 덜컥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금속성의 마찰음이 오히려 경쾌하게 느껴졌다.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뺨을 때리는 바람은 습기를 걷어내고 시원함을 남겼다. 자전거 바구니에 담긴 아이들의 작은 가방이 리듬에 맞춰 덜렁거렸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이름 모를 여름꽃들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그저 바퀴를 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해방감이었다.
넓은 침대에 네 사람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엉켜 누웠다. 빳빳하게 잘 마른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에어컨 바람이 방 안의 열기를 차분하게 식혔고, 아이들은 어느새 고른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천장의 은은한 조명 아래서 서로의 심장 박동을 느꼈다. 더 이상 갈 곳도, 해야 할 일도 없는 밤. 이 지독하리만큼 평온한 고요함이 이번 여행의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하얀 시트 위에 툭 떨어진 망고 한 조각.
- 무료 자전거를 빌려 해안 도로를 천천히 달려보세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섞여 흐릅니다.
- 조식 뷔페의 제철 망고를 놓치지 마세요. 6월 화롄이 주는 가장 달콤한 환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