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화롄은 숨이 막힐 듯했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우리는 누가 먼저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짜증을 낼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전원 패배. Li Xiang Jiu Dian 앞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시계탑이 압도적인 위용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커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저 시계만 기억하면 길을 잃지 않으리라는 안도감이 끈적한 공기를 뚫고 밀려왔다.
화롄의 별미인 홍유초수를 마주했다. 하얀 그릇 위로 붉은 고추기름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숟가락 끝에 걸린 새우의 탱글한 촉감이 입안에서 톡 터졌고, 칼칼한 국물이 목을 타고 흐르자 몸속의 습기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미각이 깨어나는 순간, 6월의 눅눅함은 어느새 잊혔다. 그냥, 모든 것이 완벽한 맛이었다.
"야, 지도가 거꾸로 됐잖아!" 친구의 외침에 우리는 동시에 멈춰 섰다. 10분째 같은 자리를 맴도는 사이, 공기는 젖은 수건처럼 무겁게 몸을 감쌌다. 누구 하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멍청한 표정이 너무 웃겨서, 우리는 길 한복판에서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엉망진창인 상황이 딱 우리다웠다.
튈르리 패밀리룸의 문을 열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로 다이빙했다. 갓 세탁한 시트의 뽀송한 향기와 함께 거위털 침구가 우리를 깊숙이 삼켰다. 우리는 이것을 '구름 테스트'라고 불렀다. 누가 더 깊이 파묻히는지 내기를 하며 보낸 세 시간. 여행지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 침대 위에서 누워있던 순간이었다는 게 묘하게 만족스러웠다.
새벽 6시, 욕실 창틈으로 태평양의 숨결이 스며들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섞인 서늘한 공기였다.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수평선을 바라봤다. 복잡한 생각은 사라지고, 오직 적당한 물의 온도와 창밖의 짙은 파란색만이 감각을 채웠다. 그 정적이면 충분했다.
Li Xiang Jiu Dian의 객실은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했지만, 에어컨 바람만큼은 정직하고 서늘했다. 땀에 젖어 끈적였던 옷을 벗어 던지고 차가운 시트 위에 등을 맞댔을 때의 쾌감. 현대적인 감각의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그 서늘한 공기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충분했다.
동대문 야시장으로 향하던 길,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산도 없이 셋 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다. 신발 속으로 물이 들어와 걸을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완전히 젖어버리니 더 이상 젖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온몸을 감쌌다.
밤의 리유탄 호수 위로 빛의 전시가 흩뿌려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빛들을 보며 우리는 평소처럼 서로를 깎아내리는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느릿했다. 미지근한 밤공기가 피부에 닿았고, 우리는 말없이 약속했다. 언젠가 꼭 다시 이곳에 오자고.
신발 끝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함께 웃던 밤.
- Li Xiang Jiu Dian 튈르리 룸 욕조에서 태평양 수평선을 보는 건 정말 강추해.
- 동대문 야시장의 원주민 거리에서 멧돼지 고기 볶음, 이건 무조건 먹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