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Li Xiang Jiu Dian의 현대적인 패밀리룸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거위털의 푹신함이 아이의 몸을 집어삼켰고, 하얀 시트는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였다. "엄마, 침대가 나를 안아줘!" 아이가 뛸 때마다 바닥에서 작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호텔이 아픈 거냐고 묻는 천진난만한 질문에, 이건 방이 우리에게 건네는 첫인사라고 대충 대답했다.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기분 좋게 간지러웠다.
욕조에 몸을 깊숙이 담갔다. 통창 너머로 태평양의 짙은 푸른색이 쏟아져 들어오는 욕실이었다. 물 온도를 조금 높이자 뜨거운 기운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어깨 근육을 부드럽게 녹여 내렸다. 몸의 마디마디가 분해되었다가 다시 정교하게 조립되는 기분. 4월의 화롄 바다는 투명한 에메랄드빛과 짙은 남색이 섞인 오묘한 색을 띠고 있었다.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며 누워 있자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
창문을 닫았음에도 동대문 야시장의 웅성거림이 아주 희미한 파동이 되어 스며들었다. 그것은 소음이라기보다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처럼 아득했다. 거실에서는 첫째가 내일 방문할 타이루거 협곡의 지도를 넓게 펼쳐놓고, 가고 싶은 경로를 두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바깥세상과 더 소란스러운 가족의 내부. 그 경계에서 나는 읽다 만 책장을 천천히 넘겼다.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안온함, 그것이 여행이 주는 진짜 휴식이었다.
야시장 원주민 거리에서 포장해 온 멧돼지 고기 볶음과 수수맥주를 테이블에 올렸다. 진한 숯불 향이 밴 고기는 짭조름했고, 수수맥주는 혀끝을 톡 쏘는 쌉싸름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아이들은 처음 맛보는 낯선 향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젓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입가에 소스를 묻힌 채 서로를 보며 낄낄거리는 아이들의 얼굴. Li Xiang Jiu Dian 내의 고급스러운 프랑스 레스토랑 코스 요리보다, 이 투박한 접시 위에 담긴 삶의 냄새가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새벽 6시의 빛은 서늘한 푸른색이었다. 암막 커튼의 틈새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침범해 들어와, 짙은 색 카펫 위에 날카로운 선을 그었다. 4월의 화롄은 모든 것이 투명하게 정제되어 있었다. 피부에 닿는 공기는 쾌적했고, 온도는 적당히 서늘했다. 거실 여기저기에 흩어진 아이들의 옷가지와 장난감들이 그 푸른 빛 속에서 정물화처럼 고요하게 놓여 있었다. 굳이 치우고 싶지 않은, 무질서해서 더 사랑스러운 풍경이었다.
택시에서 내렸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Li Xiang Jiu Dian의 거대한 시계탑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이정표 같은 존재. 묵직하게 움직이는 시계 바늘을 보며 우리가 정말 이곳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로비에 들어서자 은은한 우디 향과 정중한 환대가 우리를 맞이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 키를 건네받을 때 손끝에 닿은 차가운 금속의 감촉과 짤랑이는 작은 소리. 그 소리는 비로소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모두가 깊은 잠에 빠진 밤, 테라스 문을 아주 살짝 열었다. 바다에서 건너온 서늘한 바람이 방 안의 눅눅한 열기를 말끔히 씻어냈다. 곁에서는 아이들의 규칙적이고 고른 숨소리가 리듬처럼 들려왔다. 특별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졌다. 내일은 또 어떤 소란스러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정적이 더없이 소중했다.
창밖의 푸른 새벽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밝아오고 있었다.
- 동대문 야시장의 원주민 거리에서 숯불 향 가득한 멧돼지 고기와 수수맥주를 꼭 경험해 보세요.
- Li Xiang Jiu Dian의 현대적인 객실 욕조에서 태평양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