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벽지와 솜사탕 같은 침대
둘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어던지며 환호성을 질렀다. 어른들이 말하는 '프랑스 튈르리 정원 테마' 같은 고상한 설정은 아이의 관심 밖이었다. 아이의 눈에 들어온 건 그저 벽지를 수놓은 선명한 색깔들과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카펫의 푹신한 촉감뿐이었다. 튈르리 패밀리룸의 다채로운 색감은 아이에게 거대한 색칠 공부 책처럼 보였을 것이다. 거위털 침구 위로 몸을 던진 첫째는 마치 솜사탕 속에 파묻힌 듯 그대로 튀어 올랐다. 침대는 아이들에게 숙면을 위한 가구가 아니라, 중력을 시험하는 거대한 트램펄린이었다. 7월의 화롄은 공기가 눅눅하고 무거웠지만, 에어컨이 뿜어내는 서늘한 바람이 방 안의 습기를 밀어내며 쾌적한 냉기를 채우고 있었다. 아이들의 피부에는 여전히 여름의 끈적한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이 색채의 왕국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끈적이는 손가락과 보물지도 같은 거리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7월의 열기가 훅 끼쳐왔다. Li Xiang Jiu Dian 바로 앞에 위치한 동대문 야시장은 거대한 소음과 진한 냄새가 뒤섞인 혼돈의 집합소였다. 아이들은 각자의 목적지가 분명했다. 첫째는 원주민 거리의 이색적인 장식들에 매료되어 눈을 반짝였고, 둘째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모든 달콤한 간식을 정복하고 싶어 했다. 푸딩 야시장의 달콤한 향기가 습한 공기를 타고 코끝에 걸렸고, 아이의 입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소스가 묻어 있었다. 손가락은 끈적였고, 물티슈로 닦아내도 금세 다시 묻어나는 그 끈적임이야말로 여름 여행의 본질처럼 느껴졌다. "아빠, 여기 바닥 좀 봐요!" 둘째가 외쳤다. 흑백의 화강암으로 덮인 야시장의 바닥 무늬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길이 아니라, 숨겨진 보물을 찾는 지도였다. 엉뚱한 방향으로 뛰어가던 아이를 붙잡느라 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화롄의 하늘은 태풍이 오기 전의 깊은 숨을 몰아쉬듯 낮게 고요해져 있었다. 실제로 시장 한복판에서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졌을 때, 우리는 당황하는 대신 그냥 젖기로 했다. 젖은 옷이 피부에 달라붙는 불쾌함보다, 빗소리에 섞여 들리는 야시장의 활기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 좋았다. 길거리에서 산 꼬치 요리는 혀끝이 데일 만큼 뜨거웠고, 함께 마신 음료는 미지근했다. 하지만 그 미지근함이 싫지 않았다. 완벽하게 차가운 것보다, 주변의 온도와 적당히 타협한 온도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나이였다. 아이들은 빗물과 소스가 뒤섞인 손으로 내 옷자락을 꽉 잡았다. 옷에 지워지지 않을 얼룩이 졌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세탁기에 들어가면 사라질 흔적들이었으며, 그 얼룩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이곳에 있었다는 가장 생생한 증거였으니까.
태평양의 숨결이 닿는 정적의 시간
아이들이 잠든 후의 방은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이 된다. 거위털 침구 속에 파묻혀 고르게 숨을 내뱉는 아이들의 모습은 평화롭다 못해 정지된 화면처럼 고요했다. 소란스러웠던 낮의 잔상이 걷히고,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Li Xiang Jiu Dian의 현대적인 객실 분위기는 밤이 되면 더욱 깊은 안식처가 된다. 나는 욕실로 향했다. 튈르리 패밀리룸의 욕실은 이 방의 가장 은밀하고도 사치스러운 지점이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고개를 돌리면, 창밖으로 태평양의 수평선이 아스라이 보였다. 7월의 밤바다는 짙은 남색의 잉크를 풀어놓은 듯했다. 따뜻한 물의 온도는 낮 동안 팽팽하게 긴장했던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켰다.
낮 동안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소모했던 기력이 서서히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물결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파도는 보이지 않았지만, 수평선 끝에서 일렁이는 빛들이 바다의 거대한 호흡처럼 느껴졌다. 욕조에서 나는 작은 물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희미한 소음, 그리고 옆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작은 뒤척임. 이 모든 소리가 겹쳐져 하나의 완벽한 배경음악이 되었다. 호텔 내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맛보았던 정갈한 요리의 여운이 입안에 맴도는 듯했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냥 따뜻한 물속에 잠겨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아이들이 안전하게 잠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의 허기가 채워졌다. 테라스로 나가 마주한 화롄의 밤하늘은 서울보다 훨씬 깊은 색을 띠고 있었다. 삶이 항상 정돈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 때로는 엉망진창으로 젖고, 끈적이고, 소란스러운 것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의 정적은 그 어떤 화려한 풍경보다 달콤했다.
젖은 운동화가 현관 앞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 아이와 함께 동대문 야시장의 원주민 거리에서 숯불 구이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걸어보세요.
- 튈르리 패밀리룸의 욕조에서 아이들이 잠든 후, 태평양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