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문 손잡이에 작은 손가락 자국이 겹겹이 묻어 있었다. 달콤한 시럽이 말라붙어 끈적이는 그 작은 지문들은, 아이가 이곳에서 얼마나 들뜬 마음으로 무언가를 먹었는지를 말해주는 다정한 증거였다. 굳이 닦아낼 필요는 없었다. 8월의 화롄은 숨을 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눅눅한 습기가 차오르는 계절이었고, 그 끈적임조차 이 도시가 가진 특유의 온도처럼 느껴졌으니까.
첫째가 루프탑 수영장의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환호성을 질렀다. 수평선과 풀장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그 찰나의 지점에서, 아이는 자신이 거대한 태평양 한가운데에 떠 있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튀어 오른 물보라가 안경 너머로 스며들어 짠 기운이 섞인 서늘한 감촉을 남겼다. 투명한 물속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이의 작은 발가락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그 경쾌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오후였다.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닿는 감각이 날카로우면서도 달콤했다. 바깥은 29도의 열기가 지면을 하얗게 달구고 있었지만, Fu Rong Da Fan Dian의 객실 안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였다.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 위에 몸을 던지자, 차가운 면의 촉감이 등에 닿으며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천장의 무늬를 세는 시간. 그 정적이야말로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휴식이었다.
복도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갔다. 누군가 급하게 뛰어가는 발소리,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비밀스러운 대화들. 그것은 소음이라기보다 이곳에 머무는 이들이 내뿜는 생동감 넘치는 신호에 가까웠다. 루프탑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이 바람을 타고 창틈으로 스며들 때, 나는 정적보다 이런 적당한 소란함이 여행의 배경음악으로 더 적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내로 나가 맛본 또화는 매끄럽고 차가웠다. 혀끝에 닿는 두부의 질감은 구름처럼 부드러웠고, 과하지 않은 은은한 단맛이 입안 전체를 부드럽게 감쌌다. 8월의 습도에 짓눌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마음이 그 한 숟가락에 가볍게 펴지는 기분이었다. 입가에 하얀 두부를 묻힌 채 배시시 웃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관찰했다. 맛의 기억은 온도와 함께 저장된다는데, 그날의 온도는 더없이 다정했다.
커튼을 걷자 짙은 푸른 빛이 폭포처럼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화롄의 일출은 요란하지 않았지만 압도적이었다. 수평선 너머에서 빛이 천천히 번져 나오며 바다의 색을 남색에서 금색으로, 다시 찬란한 은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Fu Rong Da Fan Dian의 현대적인 공간 속에 놓인 빈티지한 소품들이 그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다. 오래된 것들이 주는 특유의 편안함이 아침의 정적과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진 밤, 넓은 발코니로 나갔다. 멀리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음악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아무런 말 없이 검게 물든 바다를 바라보았다. 젖은 수건에서 나는 눅눅한 면 냄새와 밤바다의 비릿한 향기가 섞여 코끝을 스쳤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같은 풍경을 공유하며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된 셈이었다.
창문에 비친 우리 가족의 모습이 조금은 엉망이었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웠다.
- 아이와 함께 루프탑 수영장에서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사라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해 보세요.
- 이른 아침, 객실 발코니에서 태평양의 색이 변하는 일출의 순간을 조용히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