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하나가 접히지 않는 지도를 낑낑거리며 접고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가 정적을 깨웠고, 리셉션 직원은 그 서툰 몸짓을 무표정하지만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렇게 화롄에 도착했다. 12월의 공기는 뺨을 스치는 서늘한 감촉이 기분 좋았고, 우리는 서로의 옷차림이 너무 얇다며 툭툭 내뱉는 말 속에 은근한 걱정을 담았다. F hotel Hua Lian Zhan Qian Guan으로 향하는 길은 단순했다. 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걷는 거리, 코끝을 스치는 낯선 도시의 냄새와 낮은 건물들이 주는 안도감이 좋았다. 그 짧은 산책 동안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그저 흐르는 대로 두자고 굳게 약속했다.
뜻밖의 다정함이 머문 다섯 가지 찰나
숫자 없는 엘리베이터의 엉뚱한 환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우리는 동시에 멈칫했다. 층수를 알려주는 숫자 대신 묘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대체 몇 층이야?"라는 질문과 함께 찾아온 짧은 정적, 그리고 이내 터져 나온 웃음. 효율적이지 않은 설계가 주는 뜻밖의 유희 속에서 우리는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길을 잃은 상태로 복도에 서 있는 즐거움을 배웠다.
피부를 감싸는 비단결 같은 온수. 객실의 욕조에 몸을 담그자 몽글몽글한 수증기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곳의 소프트 워터 시스템은 피부에 닿는 느낌부터 달랐다. 미끄럽다기보다 아주 얇은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른 듯한 매끄러운 촉감이었다. 12월의 동북계절풍에 거칠어진 피부가 따뜻한 물속에서 다시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다음 날 무엇을 먹을지 한 시간 동안이나 진지하게 논의했다.
나른한 오후 1시 30분의 작은 사치. 로비 한 켠에서 제공되는 무료 티 타임 시간, 작은 쿠키와 커피 향이 공간을 부드럽게 채우고 있었다. 대단한 디저트는 아니었지만, 창가로 스며드는 황금빛 햇살 아래서 씹어 먹는 쿠키의 바삭함은 충분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푹신한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이 순간이 바로 그 정점이었다.
시린 바람 끝에 만난 율무 우유의 온기. 차이지 두부집으로 향하는 길은 꽤 쌀쌀했다. 화롄의 매서운 바람이 뺨을 때렸지만, 두 손으로 감싸 쥔 따뜻한 율무 우유 한 잔이 모든 추위를 상쇄했다. 달콤하고 걸쭉한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갈 때, 친구의 코끝이 빨갛게 익은 것을 보고 우리는 서로의 몰골을 비웃으며 낄낄거렸다. 그 시린 공기와 따스한 온기의 대비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었다.
침대라는 이름의 아늑한 섬. F hotel Hua Lian Zhan Qian Guan의 객실은 화려하지 않지만, 먼지 하나 없이 정갈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특히 6피트 너비의 넓은 침대는 두 사람이 누워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만큼 넉넉했다. 빳빳하고 깨끗한 리넨의 감촉을 느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좁은 곳에서 부대끼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같은 공간에 있다는 안도감이 좋았다.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아주 사소하고 무용한 농담들을 주고받았다.
이 순간들이 겹쳐져 만든 풍경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대단한 깨달음 같은 것도 없었다. 다만 엘리베이터의 그림을 해석하고, 미끄러운 물속에 몸을 맡기고, 오후의 쿠키를 나눠 먹는 일들이 겹쳐졌을 뿐이다. 마치 화롄의 겹겹이 쌓인 산맥처럼, 우리의 사소한 기억들이 층층이 쌓여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친구와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의 무능함을 확인하며 함께 웃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모든 순간이 결국은 정답이었고, 무용한 것들이 주는 충만함이 12월의 화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겨울 햇살이 묻은 캐리어 위에 잠시 손을 올렸다.
- 화롄역에서 호텔까지 천천히 걸으며 골목의 냄새를 맡아보길 권한다.
- 차이지의 율무 우유는 꼭 따뜻하게 마셔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