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화롄 역에 내렸을 때 뺨을 스치던 서늘한 공기와 코끝을 찡하게 만들던 겨울 냄새를 기억해? 서로의 빨개진 코를 보고 낄낄거렸던 그 유치한 다정함이 여전히 우리 사이에 남아있기를 바라.
5년 뒤에도 선명하게 일렁일 네 가지의 조각들
발바닥으로 읽어낸 대지의 질감: Cheng Yi Wen Lv Hua Lian Shan Zhi Dao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거친 화강암 바닥은 마치 타로코 협곡의 단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발끝에서부터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감과 서늘한 돌의 기운이 도시의 소음을 지우고 우리를 자연의 품으로 빠르게 안내했다. 천장의 물결무늬 디자인과 곳곳에 놓인 표류목들이 어우러져, 이곳이 호텔인지 숲속의 은신처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묘한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삼 미터의 알록달록한 고집: 로비 한편을 채운 원색의 클라이밍 벽 앞에서 우리는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느냐며 유치한 내기를 했다. "조금만 더!"라고 외치며 팔다리를 파르르 떨던 서로의 처절한 표정이 기억난다. 보석처럼 박힌 알록달록한 홀드의 거친 촉감과 벅찬 숨소리가 섞여 들던 그 멍청한 성취감이, 낯선 여행지에서 느낀 가장 순수한 해방감이자 웃음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아침의 정적: 코끝을 간지럽히는 고소한 향기와 함께 갓 쪄낸 만두의 하얀 김, 짭조름한 무떡, 그리고 따뜻한 흰죽이 차려진 조식 테이블. 12월의 서늘한 새벽 공기를 뚫고 들어온 온기가 위장 속으로 천천히 퍼질 때, 비로소 잠들어 있던 감각들이 기지개를 켰다. "진짜 따뜻하다"며 서로를 바라보던 그 안온한 눈빛과 갓 끓인 면발의 탄력이 주는 소박한 만족감이 우리를 다시 걷게 하는 힘이 되었다.
리위탄의 반짝임과 어둠 사이: 밤의 수변 광영제에서 마주한 인터랙티브 조명들이 물결 위에 흩어지던 순간. 동북계절풍이 뺨을 때려 몸을 잔뜩 웅크렸지만, 어둠 속에서 빛나는 통로를 걸으며 나눈 별거 아닌 이야기들이 마음의 빈틈을 채웠다. 물결에 부서지는 빛의 파편들과 차가운 공기의 밀도가 묘하게 위로가 되었고, 우리는 그 빛의 궤적을 따라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천천히 걸었다.
5년 뒤, 이 기록을 다시 펼쳤을 때
아마 방 번호 같은 정보는 휘발되었겠지만, Cheng Yi Wen Lv Hua Lian Shan Zhi Dao의 8층 게임룸에서 내지르던 비명과 뽀송뽀송한 침구의 감촉은 남아있을 거다. 특히 건식과 습식이 분리된 욕실의 안도감과 은은한 비누 향이 트리거가 되어, 미지근한 편의점 커피의 맛과 화롄의 희뿌연 새벽 색조까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대단한 깨달음 대신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지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던 그 정적이 더 선명한 조각으로 남을 것이다.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던 작은 조약돌 하나를 여기에 묻어둔다.
- 역 앞 렌터카 샵에서 스쿠터를 빌려 동대문 야시장의 활기 속으로 달려볼 것.
- 차이지 두화의 율무 우유 한 잔으로 입안 가득 겨울의 추위를 녹여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