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의 우리는 여전히 사소한 일에 진심일까. 화롄의 3월은 적당히 미지근했고, 우리는 기분 좋게 게을렀지.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그 무용한 시간들이 여전히 너희의 기억 속에 따스한 조각으로 남아있길 바라.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떠오를 네 가지의 조각들
로비의 암벽과 유쾌한 추락. "야, 너 거기서 멈추면 어떡해!" 서로의 발끝을 보며 낄낄거리던 웃음소리가 로비의 높은 천장을 울렸다. 거친 고무 그립을 잡을 때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묵직한 마찰력, 그리고 3미터 남짓한 암벽에 매달려 땀방울이 콧등에 맺힐 때쯤 우리는 모두 처참하게 바닥으로 내려왔다. 근육의 뻐근함보다 더 강렬했던 건, 아무런 목적 없이 오직 '정복'이라는 시시한 목표에 매달렸던 그 무용한 열정이었다.
화강암의 서늘한 촉감. 체크인 카운터의 표면은 거칠고 불규칙했다. 마치 타루코 협곡의 거대한 암벽을 그대로 깎아 옮겨놓은 듯한 그 회색빛 질감에 손가락 끝을 대자, 서늘한 냉기가 피부를 타고 전해졌다. "진짜 돌이네." 나지막이 내뱉은 혼잣말과 함께, 우리는 짐을 풀기도 전에 이미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거대한 자연의 품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돌의 묵직함이 여행의 시작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기분이었다.
김 서린 안경과 따뜻한 죽. 뷔페의 흰 죽은 소박했지만, 그 곁에 놓인 짭조름한 반찬과 달콤한 고구마의 조화는 완벽했다. 직접 끓여 먹는 면 요리의 뜨거운 김이 안경알을 하얗게 덮어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면치기를 시작했다. 고소한 육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후루룩거리는 소리만 가득했던 그 식탁 위로, 3월의 나른한 아침 햇살이 하얀 식탁보 위로 부드럽게 쏟아졌다.
천장의 물결과 나른한 정적. 객실 천장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물결치고 있었다. 푹신한 침대에 대자로 뻗어 그 무늬를 보고 있으면, 내가 깊은 바다 밑바닥에 누워 있는 건지 아니면 뭉게구름 위에 떠 있는 건지 헷갈렸다. "우리 그냥 여기서 계속 자면 안 될까?" 누군가의 나른한 제안에 우리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고, 방 안에는 오직 서로의 고른 숨소리와 평화로운 정적만이 가득했다. 창틈으로 스며든 금빛 햇살이 우리의 발끝을 간지럽히던 그 오후의 온도가 기억난다.
5년 뒤, 이 기록의 봉인을 풀 때
아마 우리는 왜 그렇게 낄낄거렸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잊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Cheng Yi Wen Lv Hua Lian Shan Zhi Dao의 현대적인 객실에 옹기종기 모여 나누던 시시한 농담들, 8층 엑스박스 게임룸에서 들리던 요란한 버튼 소리와 패배자의 탄식은 여전히 귓가에 맴돌 것 같아. 3월 화롄의 눅눅한 습기가 피부에 부드럽게 감기던 감각, 제습기의 낮은 윙윙거림과 욕실의 은은한 차씨유 향기가 기억의 스위치가 되어줄 거야. 이 공간이 우리에게 주었던 안락함과 서로를 향했던 다정한 온도만은 이 기록 속에 영원히 박제되어 있기를.
열어둔 캐리어 옆에 나란히 놓인 세 켤레의 슬리퍼.
- 호텔 정문 앞 렌터카 샵에서 스쿠터를 빌려 화롄의 바람을 무작정 맞을 것.
- 조식 뷔페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직접 끓인 면 요리를 꼭 맛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