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툰 진심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조각들
화강암을 닮은 리셉션 데스크: 거칠고 단단한 표면, 손끝에 닿는 서늘한 대리석의 냉기. 체크인 때 예약자 이름을 두고 서로 미루던 그 찰나의 정적과, 결국 한 명이 한숨 섞인 얼굴로 카드를 내밀던 그 어색한 공기를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로비의 알록달록한 클라이밍 월: 원색의 홀드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색감, 고무 신발이 벽에 닿을 때마다 나는 찌걱거리는 소리. 청바지를 입고 기어코 정상을 정복하려던 친구의 엉성한 몸짓과, 그 아래서 응원 대신 낄낄거리며 셔터를 누르던 우리의 무례한 웃음소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빳빳하게 다려진 흰색 침구: 살짝 차가운 면의 촉감, 갓 세탁한 린넨의 포근한 향기. '모험'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온종일 걷다 돌아와, 마치 밀가루 포대처럼 한꺼번에 쓰러졌던 그 둔탁한 소리를 모두 흡수했다. "아, 이제야 살 것 같다"라는 짧은 탄식이 겹겹이 쌓인 곳.
김이 모락모락 나는 조식 식기: 묵직한 도자기의 온기, 갓 쪄낸 딤섬의 고소한 냄새. 마지막 남은 만두 하나를 두고 벌였던 소리 없는 눈치싸움과 가위바위보로 결정된 허망한 승패의 기록이 묻어 있다. 내일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다짐하던 우리의 게으른 약속들이 그릇 위에 얹어져 있었다.
엑스박스 게임 컨트롤러: 매끄러운 플라스틱의 감촉, 경쾌한 버튼의 클릭음.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가차 없이 배신하며 질렀던 비명과, 그 짧고 강렬했던 경쟁의 진동을 기억할 것이다. 게임이 끝난 뒤 찾아온 정적 속에서 우리가 나눈 것은 승리의 기쁨보다 패배자의 억울함 섞인 투덜거림이었다.
이 공간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이야기한다면
Cheng Yi Wen Lv Hua Lian Shan Zhi Dao의 벽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 우리를 '거창한 탐험을 계획했지만 결국 어느 집 두부가 더 맛있는지를 두고 한 시간을 토론한 엉뚱한 여행자들'이라고 묘사할 것이다. 10월의 화롄 공기는 적당했다. 너무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25도의 온도. 역에서 내려 호텔로 향하며 소금기와 먼 산의 흙내음이 섞인 바람을 맞았다. "우리 이번엔 정말 갓생 여행 하는 거야"라고 호기롭게 외쳤지만, 사실 우리가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골목 안 작은 가게에서 먹었던 홍유초수의 알싸한 매운맛과 혀끝에 남은 얼얼함뿐이다.
우리는 모순 덩어리였다. 걷는 게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특이하게 생긴 나무가 있다는 말 한마디에 다시 운동화 끈을 꽉 조여 묶고 길을 나섰다. 어른인 척 행동하려 애썼지만, 로비의 클라이밍 월을 본 순간 우리는 다시 열 살 아이들이 되어 소리를 질렀다. 파도 모양으로 굽이치는 호텔의 천장은 우리의 소란스러운 에너지를 무심하고 고요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좋았다. 정교하게 큐레이팅된 현대적인 공간 속에 우리 같은 무질서한 존재들이 섞여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묘한 안도감. 10층의 공독 공간에서 잠시 마주한 정적은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배려였다. 갓 세탁한 린넨 냄새가 나는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과자를 나눠 먹으며, 내일의 계획을 다시 한번 취소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했다. 억지로 힘을 내어 무언가를 성취하려 하지 않고, 그저 서로의 못난 점을 확인하며 함께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짙푸른 화롄의 밤하늘 아래,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에 기대어 잠들었다.
- 화롄역 바로 맞은편이라 짐이 많아도 부담 없다. 그냥 천천히 걷자.
- 로비의 클라이밍 월은 생각보다 높으니, 꼭 편한 옷차림으로 방문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