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기 맞아?"
"정말 여기 맞아?" 그가 덜컹거리는 캐리어 손잡이를 꽉 쥔 채 물었다. "응, 역 바로 앞이라며." 내가 대답하며 그의 소매 끝을 살짝 잡아끌었다. 우리는 잠시 멈춰 섰다. 화롄역의 소란스러운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등 뒤에서 파도처럼 밀려왔다. 10월의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얇은 셔츠 사이로 스미는 바람에는 옅은 흙 내음이 섞여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돌려 Cheng Yi Wen Lv Hua Lian Shan Zhi Dao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파도와 바위, 그리고 무용한 시간의 기록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천장이었다. 마치 거대한 바다의 파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형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소란을 잠재웠다. 체크인 카운터는 타이루거 국립공원의 화강암을 깎아 만든 것처럼 거칠고 투박했다. 손끝으로 그 표면을 슬쩍 만져보자, 차갑지만 단단한 대지의 감각이 전해졌다. 주변에 놓인 표류목과 조약돌들은 이곳이 산과 바다가 만나는 경계임을 조용히 속삭이는 듯했다.
한쪽 벽면을 채운 알록달록한 클라이밍 월 앞에서는 잠시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가 홀드를 잡는 시늉을 하며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을 때, 나는 그 낯설고 가벼운 움직임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무언가 대단한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강박 없이, 그저 지금 이 순간의 무용한 즐거움에 몸을 맡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찾고자 했던 본질이었다. 고층에 마련된 공독 공간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질 때,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에 더 깊이 집중할 수 있었다.
객실로 올라와 넓은 침대에 몸을 던지자,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두 개의 매트리스를 이어 붙여 넉넉하게 만든 침대는 우리 두 사람의 무게를 포근하게 받아내었다.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된 깔끔한 구조 덕분에 공간의 여유가 느껴졌고, 창밖으로는 화롄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산등성이는 가을볕을 머금어 서서히 붉은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적당한 온도로 맞춰진 방 안에서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었다. 침묵은 무겁지 않았고, 오히려 적당한 무게감으로 우리를 눌러주어 깊은 안심을 주었다.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 마주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중식 죽은 마음까지 데워주었다. 곁들여 나온 노란 고구마의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고, 갓 삶아낸 면 요리의 쫄깃한 질감은 정직했다. 화려한 진수성찬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접시에 고구마를 하나씩 더 얹어주는 작은 배려만으로도 충분한 아침이었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가 정적을 깨울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함께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창밖으로 가을볕이 길게 누워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 아침 식사 때 갓 쪄낸 달콤한 고구마를 꼭 같이 나눠 먹어봐.
- 역 앞 거리의 소음을 배경음악 삼아 천천히 산책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