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하얀 수건. 욕조 가장자리에 놓인 그것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면사 루프가 촘촘하게 짜인 조직감은 손끝으로 만졌을 때 기분 좋은 저항감을 주었고, 6월 창화의 79%에 달하는 습한 공기 속에서도 적당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갓 세탁한 세제의 희미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스파 욕조에서 뿜어져 나오는 탄산 기포들이 피부를 간지럽히고 난 뒤, 이 무거운 천 조각 속에 몸을 파묻는 감각은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격리되는 기분이었다. 화려한 유럽풍 장식들이 가득한 방 안에서, 이 수건만이 유일하게 실용적이고 정직한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금빛 환상과 소나기 사이의 농담
"여기 진짜 유럽 같아."
그가 객실의 금색 몰딩과 묵직하게 내려앉은 커튼을 보며 감탄하듯 말했다. 나는 침대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니, 여기 창화야. 밖에는 지금 비가 쏟아지고 있고."
"그게 포인트지. 밖은 엉망진창인데 여기는 이렇게 과하게 화려하잖아."
그가 킥킥거리며 내 옆으로 누웠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고, 창밖에서는 오후의 소나기가 지붕을 때리는 규칙적인 리듬이 들려왔다.
"이런 게 바로 무용한 즐거움이라는 걸까."
"뭐 그런 거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는 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으니까."
무용한 화려함이 남긴 다정한 기억
체크아웃을 하고 나면 이 두툼한 수건의 감촉은 금세 휘발될 것이다. 하지만 6월의 눅눅한 공기 속에서 발견한 그 찰나의 쾌적함은 기억의 심해에 오래도록 고요해져 있을 것 같다. 창화 시내를 정처 없이 걷다 마신 목과유유대왕의 파파야 우유는 지나치게 진하고 달콤했다. 혀끝에 남는 끈적한 단맛이 28도의 후텁지근한 기온과 섞여 몸을 무겁게 만들 때쯤, 우리는 도망치듯 이디에 모텔의 유럽풍 객실로 숨어들었다. 부이팡에서 산 단황수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기억도 선명하다. 갓 구워낸 파이의 바삭한 껍질이 경쾌하게 부서지고, 그 안에서 반쯤 녹아내린 짭조름한 노른자가 입안을 가득 채우던 그 풍요로운 맛.
남요궁까지 천천히 걷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고단했지만, 그 덕분에 돌아와 마주한 스파 욕조의 온도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기포들이 하루 종일 지친 발바닥의 피로를 부드럽게 씻어내렸다. 사실 유럽의 고전적인 우아함을 흉내 낸 이디에 모텔의 분위기는 조금 과했다. 하지만 그 과함이 오히려 현실의 경계를 지워주는 필터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이곳이 어디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 잊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의미나 거창한 깨달음을 찾으러 온 여행은 아니었다. 그저 좋았기에 왔고, 함께 있었기에 충분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보송한 수건으로 몸을 닦고, 다시 서늘한 침대 속으로 파고드는 단순한 행위들이 주는 원초적인 만족감. 삶은 그렇게 가끔은 무용한 공간에 자신을 완전히 던져두는 것만으로도 회복된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는 또다시 이 과장된 금색 방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서로의 고요한 숨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을 수 있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다정한 여름이었다.
창밖의 비가 그치고, 방 안에는 적당한 정적이 남았다.
- 창화 목과유유대왕의 진하고 달콤한 파파야 우유를 꼭 마셔볼 것.
- 남요궁 산책 후 이디에 모텔의 스파 욕조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