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화역 플랫폼에 발을 내딛자마자 건조하고 서늘한 1월의 공기가 뺨을 날카롭게 스쳤다. 기온은 17도. 얇은 셔츠 한 장으로 버티던 친구 하나가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대만은 따뜻하다며, 이건 거의 한국 가을 아니야?"라고 투덜거렸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길을 잃고 당황할지 내기를 하며 걷기 시작했다. 지도를 쥔 녀석의 자신만만한 뒷모습 뒤로, 보도블록 틈에 끼어 덜컥거리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규칙적인 박자를 만들어내며 정적을 깨웠다. 길을 잘못 들어 마주한 낡은 담벼락의 바랜 분홍색이 묘하게 마음을 건드렸고, 우리는 그 낯선 색감에 홀려 한동안 발걸음을 늦췄다. "어쩌면 길을 잃는 게 이 여행의 진짜 시작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스쳤다. 서로의 멍청한 표정을 구경하며 웃음을 터뜨린 순간, 우리는 이미 계획된 일정보다 훨씬 더 깊은 곳으로 들어와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달콤쌉싸름한 골목의 기억
잘못 든 길 끝에서 운명처럼 육원 가게를 발견했다. 끈적하고 달콤한 갈색 소스가 두툼하게 얹어진 육원을 한 입 베어 물자, 쫄깃한 피 속에서 아삭한 죽순이 톡 터지며 단짠의 조화가 입안 가득 풍미를 퍼뜨렸다. 우리는 말없이 젓가락질에만 집중했고,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내며 서로를 보며 낄낄거렸다. 이어 찾아간 60년 전통의 파파야 우유 집에서는 차가운 우유의 부드러움 끝에 아주 약간의 쌉쌀한 뒷맛이 혀끝을 맴돌았다. 너무 달지 않아 좋았고, 그 쌉싸름함은 마치 낯선 도시가 주는 첫인상처럼 묘했다. 팔괘산으로 향하는 길, 투명한 겨울 햇살이 공중을 부유했고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는 잉크로 그은 듯 선명했다. 대불 광장을 수놓은 월영 등축제의 화려한 등불들은 마치 거대한 동화 속 서커스장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그 화려함 속에서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겨울밤의 차가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천천히 걸었다.
이디에 모텔, 화려한 색채 속으로의 고요히 머무
마침내 도착한 이디에 모텔의 문을 열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누가 먼저 침대를 차지할지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다.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중동의 이국적인 정취를 담은 테마 룸이었다. 강렬한 원색의 천과 화려한 금빛 장식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일상의 무채색에 길들여진 우리에게는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듯한 해방감을 주었다. "여긴 정말 과할 정도로 화려해!"라는 외침과 함께 나는 서늘한 촉감의 시트 위로 몸을 던졌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내 몸의 곡선을 따라 깊게 고요해지는 느낌이 들자,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곳의 진정한 묘미는 욕실의 스파 시설이었다. 쏴아아, 욕조를 채우는 물소리가 공간의 정적을 깨웠고, 따뜻한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자 낮 동안의 피로가 물결을 따라 천천히 흩어졌다. 탄산수소염천의 매끄러운 감촉이 피부를 감싸 안았는데, 그것은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몸에 두른 것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우리는 욕조 가에 나란히 앉아 10년 전의 서툰 실수부터 다음 달의 막연한 걱정까지, 평소라면 꺼내지 않았을 속마음들을 물 위에 띄워 보냈다. "지금 이 물 온도가 딱 적당해"라는 단순한 말이 그 어떤 위로보다 깊게 다가왔다. 조명을 낮추자 LCD TV의 낮은 소음과 복도에서 들려오는 간헐적인 발소리가 오히려 우리만의 고립된 안식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음료를 마시며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워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된 순간,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더 좋았던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었다. 1월의 서늘한 밤공기가 창밖에서 머물다 가는 것이 느껴지는, 충분하고도 완벽한 밤이었다.
창밖의 등불이 하나둘 꺼질 때쯤, 우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팔괘산 대불 광장의 월영 등축제에서 겨울 밤의 색채를 감상해 보세요.
- 창화 시내의 노포에서 파파야 우유의 쌉쌀한 끝맛을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