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냐, 두유냐 그것이 문제로다"
"야, 당연히 맥도날드지! 여행 와서까지 현지식 먹다가 배탈 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지훈이 6층 복도에서 짐가방을 덜컹거리며 소리쳤다. 옆에서 민지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넌 진짜 낭만이라곤 쥐뿔도 없다. 여기 영화두유가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그걸 마다해? 난 이미 내 마음속으로 두유 한 잔 때렸어." "낭만 좋아하시네. 아침부터 끈적한 콩물 마시고 잠이 깨겠냐? 정답은 에그 맥머핀에 진한 커피지." 우리는 서로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낄낄거렸다. 결국 누가 더 만족스러운 아침을 맞이하는지 내기를 걸었다. 7시 30분, 복도 끝에서부터 고소하고 달큰한 두유 향기가 밀려오자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꽤나 소란스럽고 완벽한 시작이었다.
정직한 공간이 주는 뜻밖의 안온함
타이완 호텔의 객실은 꾸밈없는 정직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깨끗함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이곳은, 마치 잘 정돈된 일기장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투명한 유리로 구분된 욕실이었다. 처음에는 묘한 쑥스러움이 앞섰지만, 이내 그 개방감이 주는 쾌적함에 매료되었다. 매끄러운 도기 표면에 닿는 온수의 온도는 적당했고, 빳빳하게 말라 바스락거리는 수건의 감촉이 피부를 기분 좋게 자극했다.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는 면 시트의 서늘하면서도 포근한 무게감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11월의 창화는 공기가 건조하고 서늘했다. 창문을 살짝 열자, 도시의 낮은 소음과 함께 알싸한 찬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호텔 내의 간결한 라운지에서는 여행자들의 낮은 웅성거림이 들려왔고, 세탁실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세제 향기가 복도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호텔을 나서 선형 차고까지 15분 정도를 걸었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느긋했다. 걷는 내내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공기의 밀도가 변하는 것을 느끼며 걸었다. 선형 차고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철제 기차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늘어선 모습이 보였다. 기름 냄새와 쇠 냄새가 섞인 그곳의 공기는 무거웠지만, 동시에 안심이 되는 냄새였다. 기차들이 긴 여정을 마치고 잠시 쉬어가는 '기차들의 호텔'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 역시 타이완 호텔이라는 작은 정거장에서 그렇게 쉬어가고 있었다.
낡은 철길 위에서 나눈 낮은 목소리
"저 기차들, 진짜로 여기서 잠을 자는 것 같지 않냐." 밤이 깊어 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지훈이 평소보다 한 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낮의 소란함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방 안에는 텔레비전의 희미한 푸른 빛만이 남았다. "그러게. 다 낡고 녹슬었는데도 제자리에 딱 맞게 놓여 있는 게 좀 부럽네." 민지가 침대 헤드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답했다. "우린 맨날 어디론가 가야 한다고, 더 좋은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잖아. 근데 그냥 여기 이렇게 가만히 멈춰 있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맞아. 이번 여행, 사실 별거 없었는데 그냥 좋았어."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감동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적당한 온도와 습도, 그리고 믿을 만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면 충분했다. 우리는 내일 아침엔 뭘 먹을지, 아니면 그냥 늦잠을 잘지 결정하지 않은 채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창밖으로 창화의 밤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 창화 선형 차고의 기차들이 쉬는 모습을 관찰하고, 근처에서 쫄깃한 육원을 맛보길 권한다.
- 타이완 호텔의 조식 서비스 중 고소한 영화두유의 풍미를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