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메뉴를 둘러싼 치열한 눈치 싸움: 영호두유와 패스트푸드, 그리고 편의점 상품권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한참을 투덜거렸다. 결국 '가장 현지스러운 것'을 고르자며 두유를 택했고, 오전 7시 30분 6층 카운터에서 손끝에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의 봉투를 건네받았을 때의 그 소박한 만족감이 좋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유의 고소한 향기가 복도에 은은하게 퍼졌고, 우리는 그것을 들고 방으로 돌아와 낄낄거리며 아침을 시작했다. 결과는 소박하지만 완벽한 성공이었다.
욕실 유리 칸막이와의 아슬아슬한 거리두기: 토토 설비가 갖춰진 욕실의 투명한 유리 칸막이는 처음엔 우리를 당황하게 했다. 씻는 모습이 그대로 보일 것 같다는 수줍음이 앞섰지만, 막상 물을 틀자 탁 트인 공간감이 주는 쾌적함이 수줍음을 압도했다. 발바닥에 닿는 타일의 매끄럽고 서늘한 촉감과 피부를 때리는 적당한 수압, 그리고 습기를 빠르게 잡아주는 환기 시스템 덕분에 끈적임 없이 보송하게 나올 수 있었다. 젖은 몸으로 나왔을 때 느껴지는 그 쾌적한 공기가 꽤 근사했다. 예상 밖의 쾌적함이라는 결과였다.
철도 로봇과의 무의미한 표정 대결: 호텔에서 15분을 걸어 도착한 선형 차고지에서 우리는 기차 부품으로 조립된 로봇을 만났다. 누가 더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내기를 했는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결과는 무승부였다. 3월의 창화 공기는 20도 정도로 딱 좋았고, 오래된 철길의 눅눅한 쇠 냄새와 적당한 습도가 섞여 코끝을 간지럽혔다. 멀리서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가 잔향처럼 밀려올 때, 우리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 소리의 끝을 함께 들었다. 무의미했지만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단황수의 온도차를 이용한 미식 탐구: 부이팡의 긴 줄을 견디며 갓 구운 단황수를 샀다. 입안에서 뜨겁게 녹아내리는 달걀노른자의 진한 맛도 좋았지만, 호텔로 돌아와 조금 식힌 뒤에 먹었을 때 느껴지는 바삭한 껍질의 질감이 더 정직하게 다가왔다. 황금빛 껍질이 파삭 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에 작게 울렸고, 팥소의 묵직한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과장 없이, 그냥 맛있었다. 온도에 따라 변하는 맛의 층위를 발견한 성공적인 실험이었다.
이번 여행의 최종 스코어보드
기차가 지나간 뒤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의 그 짧은 지연 시간, 그 잔향 속에 머무는 기분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치 있었던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였다. 타이완 호텔의 하얀 시트는 세탁실의 정직한 깨끗함을 머금고 있었고, 그 위에 누워 32인치 텔레비전의 무의미한 채널을 돌리는 시간이 가장 달콤했다. 화려한 등불 축제보다 친구와 나란히 누워 내일은 뭘 먹을지 고민하던 그 정적이 더 좋았다. 우리는 서로의 코골이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3월의 나른한 오후를 보냈다. 충분한 휴식이었다.
창밖으로 3월의 옅은 햇살이 스며들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선형 차고지의 로봇과 눈을 맞추며 누가 더 멍청한 표정인지 내기해보기.
- 아삼 육원의 바삭한 껍질과 특제 소스의 조화를 입안 가득 느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