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창화는 잘 말린 린넨처럼 건조하고 보송했다. 중정로의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자, 세월의 때가 묻은 낮은 건물들이 서로의 어깨를 맞댄 채 우리를 반겼다. 푸구이 민수의 문을 열었을 때, 호스트 메이플 씨의 환한 미소는 낯선 도시의 긴장을 단숨에 녹여내기에 충분했다. "짐은 여기 두세요, 편하게 구경하고 오세요." 그 다정한 말 한마디에 우리는 가벼워진 어깨로 다시 거리로 나섰다. 5분 남짓한 짧은 산책길, 야마자키 식당의 고소한 냄새와 주락 요리의 활기가 코끝을 스쳤다. 길가에서 산 파파야 우유의 연한 노란색이 눈에 들어왔다. 한 모금 들이켜자 혀끝에 닿는 진한 달콤함 뒤로 아주 옅은 쌉쌀함이 밀려왔다. 마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작은 반전처럼, 그 맛은 우리를 깨어있게 했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리듬으로 걷다 문득 옆을 보았을 때, 여전히 함께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오후였다.
정오의 햇살이 머무는 침대 위의 정적
민숙의 방으로 돌아오니, 12월의 겨울 햇살이 비스듬한 각도로 들어와 방 안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방의 시트는 빳빳하게 잘 말라 있어, 피부에 닿는 감촉이 서늘하면서도 쾌적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다. 천장의 미세한 무늬를 세거나, 창밖에서 들려오는 오토바이의 먼 소음을 배경음악 삼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누워 있는 행위 자체가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된 기분이었다. 방 안에는 은은한 세제 냄새가 감돌았고, 포근한 이불 속으로 몸을 묻자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는 듯했다. 무용한 시간이 주는 안락함, 그 고요한 틈새 속에서 우리는 아주 조금씩 서로의 호흡에 익숙해졌다. 억지로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않는 상태가 주는 평온함이 우리를 깊게 감싸 안았다.
소란한 밤과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거실
해가 지고 나면 우리는 정성 세이 야시장의 화려한 네온사인 속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의 활기찬 외침과 기름진 음식 냄새가 뒤섞인 거리에서, 우리는 끈적하고 달콤한 찹쌀 소스가 듬뿍 묻은 육원을 샀다. 한 입 베어 물자 아삭한 죽순의 식감이 씹혔고, 달콤함 뒤에 오는 짭짤한 풍미가 혀끝에 오래도록 남았다. 다시 푸구이 민수으로 돌아온 밤, 거실은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아지트로 변했다. 원래는 마작 테이블이었을 공간이 야시장에서 사 온 온갖 간식들로 가득 찬 임시 식탁이 되었다. 노래방 마이크를 켜고 서툰 노래를 불렀다. 음정이 조금씩 빗나갔지만, 그 불협화음조차 웃음 포인트가 되었다. 넷플릭스를 켜놓고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화면 속 이야기보다는 옆에 누군가 있다는 감각에 집중했다. 적당한 소음과 온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없이 놓이는 밤이었다.
어둠이 내린 뒤에야 비로소 닿는 온기
밤이 깊어지자 민숙의 공기는 한층 더 차분하고 밀도 있게 고요해졌다. 바구아산의 월영등축제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에 잠시 밖으로 나갔을 때, 서늘한 밤공기가 뺨을 스치며 정신을 맑게 깨웠다. 하지만 다시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는 순간, 그 서늘함은 금세 잊히고 아늑한 온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독립된 욕실에서 따뜻한 물로 씻고 나와 마주한 방의 온도는 딱 적당했다. 우리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낮에 보았던 풍경과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 나지막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파파야 우유, 생각보다 괜찮았지?" 같은 단순한 문장들이 오갔다. 거창한 감동이나 깨달음은 없었지만, 건조한 대화 사이로 서로를 향한 다정한 온기가 흘렀다. 12월의 끝자락,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아무 계획 없이 이 포근함 속에 누워 있을 것이다.
창밖에는 여전히 낮은 겨울밤의 소음이 잔잔한 파도처럼 머물고 있었다.
- 바구아산 월영등축제의 은은한 빛을 따라 밤의 정적을 산책해 보세요.
- 60년 전통의 파파야 우유 한 잔으로 창화의 달콤한 기억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