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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거리는 캐리어와 눅눅한 17도의 공기

타중 고속철도 역에 발을 내디뎠을 때, 피부에 가장 먼저 닿은 것은 적당히 눅눅한 습기와 17도의 서늘한 공기였다. 2월의 대만은 춥다고 하기엔 애매하고, 따뜻하다고 하기엔 얇은 셔츠 너머로 스며드는 한기가 꽤나 끈질겼다. 차가운 공기가 콧등을 스칠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야, 이 길이 맞긴 한 거야?" 구글 맵을 쥔 친구가 방향을 잡지 못해 제자리에서 세 번을 뱅글뱅글 돌자, 뒤따르던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보도블록의 거친 틈새에 낀 캐리어 바퀴가 내는 날카로운 불협화음이 고요한 거리의 정적을 깼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길을 잃을지 내기를 했었고, 결과는 뻔했다. 맵을 든 친구가 범인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계획에 없던 좁고 낯선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낮게 깔린 회색빛 안개가 시야를 가렸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세상의 소음이 잦아들고 우리만의 작은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누군가 내 운동화 끈을 밟고 지나갔지만 화내지 않았다. 그저 이 어설픈 상황이 조금 우스웠고,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밀치며 낄낄거렸다. 그렇게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주황빛 파파야 우유와 낯선 거리의 소음

우연히 발견한 낡은 가게 앞에서 우리는 홀린 듯 멈춰 섰다. 60년의 세월을 묵묵히 품었다는 파파야 우유 집이었다. 빛바랜 간판과 세월의 때가 탄 벽면이 오히려 묘한 신뢰감을 주었다. 컵에 담긴 우유는 옅은 주황빛으로 일렁였고, 한 모금 들이키자 혀끝을 감싸는 진한 단맛 뒤에 아주 미세한 쓴맛이 따라왔다. "생각보다 쌉싸름한데, 이게 진짜 맛이네." 그 낯선 쓴맛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너무 달기만 한 것은 금방 질리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길가에 서서 오토바이들의 요란한 엔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무용한 대화들을 나누었다. 오토바이 매연 냄새가 섞인 거리의 공기조차 이국적으로 느껴졌고, 우유의 차가운 온도가 손바닥을 통해 서서히 전해졌다. 예전에 함께 갔던 식당의 별로였던 반찬 이야기,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이 발가락 끝을 누른다는 식의 사소한 불평들. 근처 바구아산에서는 등불 축제가 한창이라는 화려한 표지판이 보였지만, 지금 손에 든 차가운 컵 표면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의 촉감이 더 좋았다. 서로의 입가에 묻은 우유 자국을 보며 웃음 터뜨리는 순간,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선택인지 깨달았다.

부테크 우리 빌리지, 초록의 품에서 찾은 안식

마침내 도착한 부테크 우리 빌리지의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현대적인 감각의 건축미와 함께 펼쳐진 거대한 정원이었다. 로비의 은은한 조명이 대리석 바닥에 반사되어 마치 잔잔한 호수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2월의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숲은 무성했고, 짙은 초록색 잎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흙 내음과 풀 향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와 마음을 정화했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푹신한 침대로 몸을 던졌다. "와, 여기 진짜 넓다! 이제야 좀 살 것 같아." 셋이서 뒹굴어도 충분한 공간과 살결에 닿는 보드라운 리넨의 감촉이 여행의 피로를 눈 녹듯 씻어내 주었다. 우리는 곧장 호텔 내의 게임룸으로 향했다. 아늑하게 설계된 그곳의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소소한 게임 내기를 하며 웃음을 터뜨렸고,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은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낯선 도시에서의 긴장이 풀리며, 서로를 향한 마음은 한층 더 말랑해졌다. 이곳의 정적인 분위기는 마치 우리 관계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 두꺼운 담요 같았다. 저녁에는 정원의 꽃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조바심 대신, 지금 이 순간의 온도가 딱 적당하다는 안도감만이 우리 사이를 가득 채웠다.

창밖의 안개가 걷히고, 옅은 달빛이 정원의 잎사귀 위에 내려앉았다.

  • 바구아산 대불 풍경구의 등불 축제는 해 질 녘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부테크 우리 빌리지의 조식으로 제공되는 진한 해산물 죽과 탄탄면을 꼭 맛보길 바란다.

근처 맛집 & 명소

에이비즈

ABees(구 명칭 자펑미)는 장화시 장수로 215번지에 있는 카페로 커피와 크리에이티브 갈레트, 디저트 크레페를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합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꽃가루 커피, 스파이스 토마토 주키니 갈레트, 케일과 마 갈레트, 시나몬 사과 꿀 크레페 등이며 1인당 약 400위안대가 일반적입니다. 영업시간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평점이 높고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요리로 현지에서 인기 있는 줄 서는 맛집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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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카페

Chris Cafe는 타이중 치치 상권에 숨어있는 홍콩식 다방으로 가정식 광동 요리를 선보입니다. 대표 메뉴는 주성치 영화로 유명해진 차슈 계란밥 '암연소혼반' 과 칼로리 가득한 '땅콩 프렌치 토스트' 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매장은 조용하고 여유로워 다위안바이 백화점이나 치치 상권 쇼핑 중 잠시 쉬어가기 좋습니다. 인기 메뉴를 놓치지 않도록 예약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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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얼팡

불이방은 장화현에서 유일하게 전통 노른자 패이스트리(단황소)를 전문으로 하는 50년 가까운 역사의 노포입니다. 라드와 버터로 황금빛 겉껍질을 구워내고 그 안에 윤기 흐르는 짭짤한 오리 노른자와 부드러운 팥앙금을 채웁니다. 추석이나 명절마다 줄이 끊이지 않아 장화의 필수 기념품으로 통합니다. 노른자 패이스트리 외에도 녹두파이, 아내과자 등 옛날 과자를 함께 팝니다. 온라인 주문은 받지 않으며 직접 매장에서 줄 서서 사야만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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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셴지 훠궈 루강 기함점

우셴지 샤브샤브 루캉 플래그십은 장화현 루캉진 중정로 496번지에 있는 인기 샤브샤브 전문점으로 세련된 인테리어와 편안한 조명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육수와 단품 주문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대표 메뉴는 대용량 고기 플레이트와 밥·음료 무한 리필입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라 늦은 밤에도 따끈한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습니다. 1인당 약 250~300위안으로 가성비가 뛰어나 장화 필수 샤브샤브 맛집으로 자주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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