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 데스크의 정중한 인사보다 먼저 반응한 것은 둘째였다. 로비의 육중한 문이 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3,000평의 광활한 녹색 공간을 본 아이는 숨을 들이켜더니 이곳을 '정글'이라고 선언했다. 어른의 눈에는 세심하게 가꾸어진 조경과 정돈된 산책로였지만, 아이의 세계에서는 정복해야 할 거대한 미지의 숲이었을 것이다. 6월의 대만은 공기 자체가 하나의 눅눅한 옷처럼 몸에 감겼다. 오후 3시쯤 쏟아진 소나기 덕분에 대기 중에는 짙은 흙냄새와 비릿한 풀향기가 섞여 있었고, 피부에 닿는 공기는 미지근하면서도 무거웠다. 아이는 신발이 젖는 줄도 모르고 덤불 사이를 헤치며 뛰어다녔다. 젖은 샌들이 부테크 우리 빌리지의 푹신한 카펫 위를 걸을 때마다 나는 눅눅한 마찰음이 복도에 낮게 울려 퍼졌다. 나는 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짐을 풀며 생각했다. 계획했던 우아한 가족 여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아이의 눈에 비친 이 정글이 진짜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습한 공기를 가를 때마다, 여행의 목적지는 지도 위의 좌표가 아니라 아이의 설렘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상현실의 소란과 다육식물의 고요함
아이들에게 이곳의 진짜 목적지는 2층에 마련된 가상현실 체험존과 어린이 휴게 구역이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전용 공간은 그들에게 비밀 기지와도 같았다. 무거운 헤드셋을 쓴 첫째는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보이지 않는 적과 치열하게 싸웠고, 둘째는 그 옆에서 알 수 없는 외계어를 지르며 함께 뛰놀았다. 그 모습은 마치 태엽이 고장 난 장난감들이 부딪히는 소란스러운 풍경 같았지만, 그 무질서함이 묘하게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은 가상현실 속의 화려한 세계보다, 옆에 있는 형제의 팔꿈치에 툭 부딪히는 현실의 감각에 더 열광하고 있었다.
잠시 밖으로 나와 렌터카를 빌려 근처 푸마오 화시에 다녀왔다. 다육식물이 가득한 온실의 열기는 바깥보다 훨씬 뜨거웠고, 숨이 턱 막히는 습도가 피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작은 화분 하나를 고르며 진지하게 토론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관찰하는 시간은 뜻밖의 평온함을 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신 파파야 우유의 진한 달콤함이 혀끝에 오래도록 남았다. 호텔로 돌아오니 아이들은 다시 정글 탐험가로 변해 있었다. 빌라 객실의 독립된 공간 덕분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도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로브를 망토처럼 두르고 복도를 질주하는 아이들의 소음은 이 정적인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완벽한 정적보다는 적당한 소란함이 '가족'이라는 이름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행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이들이 잠든 뒤, 뜨거운 돌이 건네는 위로
밤 10시, 전쟁 같았던 하루가 저물고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방 안에는 흩어진 장난감과 젖은 수건들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더블 세면대가 설치된 욕실에서 아이들을 씻기고 난 뒤 맞이하는 정적은 예상보다 훨씬 달콤했다. 나는 조용히 2층의 암반욕장으로 향했다. 부테크 우리 빌리지의 밤은 낮의 소란함을 지우고 차분한 어둠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뜨겁게 달궈진 소금판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6월의 눅눅한 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던 시간들이 뜨거운 열기에 의해 순식간에 증발하는 기분이 들었다. 암반의 온도는 정직했다. 과장 없이 뜨거웠고, 그 뜨거움은 하루 종일 아이들을 쫓아다니느라 굳어 있던 근육을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이완시켰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돌의 온도에 몸을 맡겼다. 멀리서 노래방의 희미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것조차 아득한 꿈결처럼 느껴졌다.
일본식 탕에 몸을 담그고 나니 피부에 비단 한 겹을 바른 것 같은 매끄러움이 남았다. 60퍼센트의 힘만 쓰며 머물기로 다짐한 여행이었는데, 암반욕의 열기는 내 몸의 남은 40퍼센트마저 기분 좋게 앗아갔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빳빳한 시트의 서늘한 촉감과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저 덥고, 습하고, 조금 시끄러웠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무용한 것들에 시간을 쓰고, 사랑하는 이들의 소란함 속에 몸을 섞는 일. 그것이 여행의 본질이자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테이블 위에 놓인 반쯤 녹은 망고 아이스크림이 달콤했다.
- 아이들이 가상현실 구역과 영화실에서 에너지를 쏟는 동안, 부모는 암반욕으로 피로를 푸는 코스를 추천한다.
- 체크아웃 전, 근처 푸마오 화시에서 아이와 함께 작은 다육식물 화분을 골라 추억을 간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