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수영장 옆에 나타난 오리를 발견했다. 작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랑 놀자"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오리는 관심 없다는 듯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천천히 멀어졌다. 아이는 그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서서 지켜봤다. 1월의 이란 공기는 뺨을 스칠 때마다 알싸하게 차가웠지만, Er Shi Lun Villa Yi Lan Guan의 수영장 물 위로는 얇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수증기가 격렬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아이의 콧등이 발갛게 익어갔고, 그 모습이 마치 작은 딸기처럼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경관실 욕조에 몸을 깊숙이 담갔다. 작은 선향 하나를 피워 올리자, 묵직한 나무 향이 습한 공기를 타고 느릿하게 퍼져 나갔다. 연기가 가늘게 꼬리를 물며 천장을 향해 유영하듯 올라갔다. 물 온도는 피부의 긴장을 완벽하게 녹여낼 만큼 적당했다. 비단처럼 매끄러운 물의 감촉이 온몸을 감싸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마음의 끈이 조금씩 느슨해졌다.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의 무늬를 하나하나 세어 보았다. 무언가 대단한 성취를 하지 않아도, 그저 이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창밖에서는 북동풍이 거세게 울부짖었다. 태평양에서 건너온 바람은 특유의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서늘한 습기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Er Shi Lun Villa Yi Lan Guan의 현대적인 산업풍 콘크리트 벽은 그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묵직하게 막아내며 우리만의 요새가 되어주었다. 실내에는 낮은 볼륨의 음악 소리와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이 따뜻하게 고여 있었다. 완전한 정적보다는 이런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확인시켜 주어 마음을 안심시켰다.
조식 뷔페에 나온 샐러드는 접시 위에 초록빛 산처럼 높게 쌓여 있었다. 아삭한 양상추와 신선한 채소의 식감이 잠들어 있던 미각을 깨웠고, 씹을 때마다 입안 가득 싱그러운 즙이 터져 나왔다. 어제 저녁에 먹었던 피자의 짭조름한 치즈 맛이 아직 혀끝에 희미하게 남아 있어, 신선한 채소의 맛이 더욱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갓 구운 빵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고, 쌉싸름한 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온몸에 온기를 퍼뜨렸다. 맛은 과장 없이 정직했고, 그 정직함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오전 6시의 햇살은 희끄무레한 회색조를 띠고 있었다. 무채색의 간결한 방 안으로 빛이 아주 천천히, 마치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듯 스며들었다. 가구의 날카로운 모서리와 거친 벽면의 질감이 하나둘씩 선명해지는 과정이 보였다. 화려한 색채는 없었지만, 담백한 명암의 조화가 오히려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햇살이 바닥을 가로질러 느릿하게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시간조차 이곳에서는 천천히 흐른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호텔 가운을 입었다. 몸보다 훨씬 큰 옷자락이 바닥에 길게 끌려 꼬리를 만들었다. 둘째는 가운을 망토처럼 어깨에 두르고 복도를 위풍당당하게 달렸다. "나는 슈퍼맨이다!"라고 외치는 아이의 맑은 목소리가 복도 끝까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두꺼운 면 소재의 옷감이 바닥에 쓸리는 슥슥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고, 그 소리는 마치 작은 행진곡처럼 들려 우리 가족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자아냈다.
하루의 끝에 모두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매트리스가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고요해지으며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묵직한 이불이 어깨를 지그시 눌러주는 느낌은 마치 누군가 나를 다독여주는 손길 같았다. 옆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만들며 귓가를 간질였다. 더 이상 무리해서 어디론가 떠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들자, 비로소 영혼까지 닿는 완전한 휴식이 찾아왔다.
오리들이 잠든 정원에 깊은 밤이 내렸다.
-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 옆 오리들에게 다정하게 인사하며 정원을 천천히 산책해 보세요.
- 경관실의 은은한 선향과 따뜻한 욕조에서 하루의 피로를 차분하게 씻어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