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엉뚱함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증거들
골판지 질감의 벽면: 베이지색의 촘촘한 굴곡이 손끝에 닿는 서늘한 벽. 그 앞에 서서 우리는 누가 충전기를 챙겼는지를 두고 15분간 유치한 논쟁을 벌였다. 벽의 거친 표면은 우리의 억울한 목소리와 헛웃음을 스펀지처럼 흡수했고, 은은한 새 건물 냄새가 그 소란을 포근하게 덮어주었다. 디자인이라는 이름의 종이 벽이 우리의 한심함을 묵묵히 견뎌내던 순간이었다.
루프탑 풀의 미온수: 11월의 서늘한 산바람이 어깨에 닿을 때, 몸을 감싸는 물의 온도는 정확히 다정했다. 누가 더 오래 숨을 참는지 내기를 했지만, 가장 오래 버틴 기록은 고작 12초. 물 표면에 이는 작은 파동들이 우리의 얄팍한 승부욕을 비웃는 것 같아, 우리는 서로의 젖은 얼굴을 보며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렸다.
빳빳한 흰색 시트: 루동 야시장에서 이름 모를 간식들을 배불리 먹어치운 뒤, 네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쓰러진 곳.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과 매트리스의 묵직한 탄성이 온몸의 긴장을 녹여내렸다. 옅은 세제 향과 함께 방 안에는 서로의 거친 숨소리와 만족스러운 침묵만이 겹겹이 쌓여갔다.
송향 카페의 머그컵: 컵 표면에 맺힌 차가운 이슬과 코끝을 자극하는 쌉싸름한 커피 향. 내일은 비가 올지 안 올지를 두고 꽤 진지하게 내기를 했다. 결국 비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컵 바닥에 남은 갈색 찌꺼기처럼 멍하니 창밖의 란양 평원을 바라보며 시간을 낭비했다. "그냥 이렇게 있어도 좋지 않냐"는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
엘리베이터의 6층 버튼: 조식 시간이 종료되기 직전, 다급하게 눌린 손가락의 압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차가운 금속 버튼. 빠르게 숫자가 올라가는 기계음과 함께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이 우리의 조급함을 대변했다. 6층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마치 굶주린 경주마처럼 식당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이 무생물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고발한다면
이 방의 물건들이 입을 열 수 있다면, 아마 우리를 '모험을 꿈꾸지만 침대 밖으로 나가기 싫어하는 지독하게 모순적인 인간들'이라고 정의할 것이다. Song Feng Wen Lv의 정갈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는 우리의 무질서함과 기묘한 대비를 이뤘다. 가방은 문 앞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고, 옷가지들은 의자 위에 겹겹이 쌓여 작은 산을 이루었다. 11월의 이란은 공기 중에 습기가 적당히 섞여 있어 피부에 닿는 느낌이 눅눅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 차분한 계절감이 오히려 우리의 소란스러움을 더 선명하게 부각했다. 우리는 지도 앱을 켜고 낯선 길을 탐색하는 거창한 모험을 계획했지만, 사실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12층 오락실에서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호텔 복도에서 서로의 잠옷 차림을 보고 낄낄거렸던 찰나였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인생의 감동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서로의 못난 점을 확인하고, 그것을 농담거리로 삼으며 보낸 시간들. 그런 무용한 낭비가 여행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ong Feng Wen Lv의 하얀 벽면 위에 우리가 그려 넣은 소란스러운 낙서 같은 시간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충분했다.
루프탑에서 내려다본 이란의 밤풍경은 낮고 다정하게 깔려 있었다.
- 북후사의 붉은 낙우송 길을 천천히 걸으며 가을의 끝자락을 만끽해 보세요.
- 죽곡 정식의 정갈한 9궁격 도시락으로 시각과 미각의 즐거움을 동시에 채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