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공기와 길을 잃은 지도
6월의 이란은 공기가 무거웠다. 피부에 닿는 습도가 79퍼센트라는 숫자로 증명되었다. 기차역에서 내려 호텔로 향하는 길, 친구 세 명과 나는 각자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한 명은 구글 지도를 돌려 쥐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이미 땀에 젖은 셔츠 깃을 펄럭였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앞서 나가고 누군가는 뒤처졌다. 그 간격 사이로 6월의 눅눅한 바람이 지나갔다. 누군가 이번 여행에서 길을 잃는 사람이 저녁 식사를 사기로 내기를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모두 졌다. 지도를 든 친구가 가장 먼저 엉뚱한 골목으로 우리를 안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으니까.
망고의 단맛과 낯선 골목의 정적
잘못 든 길 끝에서 작은 과일 가게를 발견했다. 노랗게 익은 망고가 쌓여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춰 섰다. 잘게 썰린 망고 한 컵을 나누어 먹었다. 입안에 퍼지는 진한 단맛이 끈적한 공기를 잠시 잊게 했다. 6월의 햇볕은 정직하게 뜨거웠고, 우리는 그 뜨거움 속에서 차가운 과일 조각을 씹었다. 다시 길을 잡고 걷는데, 어느덧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낮은 담벼락이 이어진 조용한 주택가가 나타났다. 계획에 없던 경로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담벼락 너머로 이름 모를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우리는 그 꽃의 이름을 맞히는 대신, 그냥 예쁘다고 말하고 지나갔다. 의미를 찾는 것보다 그냥 좋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자오시 라오예 호텔, 물의 온도와 흙의 질감
자오시 라오예 호텔(Jiao Xi Lao Ye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땀을 식혔다. 객실 문을 열었을 때 느껴진 것은 정돈된 침구의 빳빳한 감촉이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몸의 무게를 그대로 받아냈다. 잠시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절반은 끝난 기분이었다.
저녁은 호텔 지하의 암파정(Zen Garden)에서 무채단 요리를 먹었다. 황흠주 셰프가 이틀에 한 번씩 직접 항구에서 공수했다는 제철 해산물들이 차례로 나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음식을 담아낸 그릇이었다. 펭수철 작가가 수제로 만든 도자기였다. 손끝에 닿는 그릇의 표면은 거칠면서도 단단했다. 이란의 산맥과 구름, 평원의 곡선이 그릇 속에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단순히 음식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이란의 풍경을 씹어 먹는 기분이었다. 얇게 썬 생선회는 혀끝에서 매끄럽게 사라졌고, 곁들여 나온 청주는 적당히 달고 쌉쌀했다. 우리는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음식의 맛과 그릇의 질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대화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식사 후에는 온천으로 향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낮 동안 쌓였던 긴장이 물속으로 천천히 녹아내렸다. 피부에 닿는 물의 촉감은 비단 한 겹을 두른 것처럼 매끄러웠다. 온도는 높았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뜨거움이 몸속의 무거운 것들을 밖으로 밀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탕 속에 나란히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내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15분도 안 되어 모두가 헉헉거리며 탕 밖으로 탈출했다. 우리는 서로의 빨갛게 익은 얼굴을 보며 웃었다. 대단한 깨달음은 없었지만, 적당히 뜨거운 물과 적당히 시끄러운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젖은 가운을 걸치고 객실로 돌아오는 길, 복도의 카펫이 발등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 포근함이 좋아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창밖으로 6월의 밤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암파정의 도자기 식기에 담긴 요리를 천천히 관찰하며 식사하세요.
- 온천욕 후에는 차가운 망고 디저트로 온도를 맞추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