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에서 피어난 이란의 계절과 정적
체크인을 마치고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지하 1층의 젠 가든이었다. 입구부터 펼쳐진 일본식 디딤돌 정원은 눅눅한 흙내음과 젖은 이끼의 향을 머금고 있었다. 불규칙하게 놓인 돌들을 밟을 때마다 보폭이 강제로 늦춰졌고, 그 리듬은 서두르던 마음을 차분히 고요해지는 무언의 신호처럼 다가왔다. 자리에 앉자 펑수처 작가가 빚었다는 수제 도자기 그릇들이 놓였다. 그릇의 표면은 매끄럽지 않았다. 이란의 험준한 산능선과 낮게 깔린 구름, 그리고 평원의 거친 흙내음이 그대로 굳어 있는 듯한 질감이었다. 황친저우 주방장이 항구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8월의 제철 사시미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차가운 생선 살이 혀끝에 닿는 순간, 바다의 짠맛과 생선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짧고 강렬하게 교차했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재료 자체가 가진 생명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서로의 접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느덧 말수가 적어졌다. 맛에 집중하는 시간은 대개 깊은 정적을 동반하며, 그 정적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여행의 시작은 꽤 성공적이었다. 찻잔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당신의 얼굴을 잠시 가렸고, 나는 그 찰나의 불투명함이 주는 묘한 편안함을 가만히 관찰했다.
비단 같은 온천수와 회색빛 공기의 여백
식사를 마치고 올라온 Jiao Xi Lao Ye Jiu Dian의 객실은 바깥의 눅눅한 공기와는 완전히 단절된 다른 세계였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에 피부의 끈적임이 순식간에 증발했고, 은은한 앰버 톤의 조명이 방 안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방은 꽤 넓어 내 낮은 기침 소리가 아주 살짝 울릴 정도의 공간감을 가졌고, 무거운 암막 커튼을 걷어내자 8월의 이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듯 습한 회색빛이었으며, 멀리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적막을 깨웠다. 우리는 곧장 객실 내에 마련된 개인 온천탕으로 향했다. 뜨거운 물을 틀자 좁은 욕실 안에 하얀 안개가 빠르게 차올랐고,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을 때 피부에 닿는 촉감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단순한 뜨거움이 아니라, 아주 얇은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바른 것처럼 미끄러웠다.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성질이 피부를 매끄럽게 감싸 안았다. 29도의 바깥 온도와 40도가 넘는 온천수의 온도 차이가 몸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욕조 끝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 있으면 천장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기계음과 창밖의 빗소리가 겹쳐 들렸다. 젖은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달라붙었지만 상관없었다. 우리는 아무런 대화 없이 그저 물의 온도를 나누어 가졌다. 뜨거운 물속에서 서로의 발끝이 아주 잠깐 스쳤을 때, 우리는 동시에 짧은 숨을 들이켰다. 놀란 것이 아니라, 그 온도가 정확히 우리가 원하던 안온함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용한 대화가 채운 젖은 어깨의 온도
온천욕을 마치고 나온 우리는 젖은 가운을 걸친 채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의 서늘함이 피부에 닿는 감각이 쾌적했다. 밖에는 결국 기다렸다는 듯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8월의 오후 소나기는 거침이 없었고,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만들며 방 안의 공기를 채웠다. 우리는 천장의 무늬를 세거나 내일 어디를 갈지 같은 실용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대신 아주 무용한 이야기들을 하나둘 꺼내놓았다. 어릴 적 잃어버린 장난감의 색깔, 혹은 길가에서 우연히 본 이상하게 생긴 나무의 모양 같은 것들. 당신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나직하게 물었다. "여기 계속 있으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나는 대답 대신 당신의 손가락 마디를 가만히 만져보았다. 정답을 낼 필요는 없었다. 여행이란 결국 원래 있던 곳에서 벗어나 낯선 곳의 공기를 마시는 일이고, 그 공기가 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법이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누워 있었다. 현관 한구석에 던져진 운동화와 가방 깊숙한 곳에서 잠든 계획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비가 그친 뒤, 우리는 외아오 해변으로 짧은 산책을 나갔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라 해안선이 조금 바뀌어 있었고, 어떤 바위는 밀려나고 어떤 모래사장은 깎여 나가 있었다. 자연이 제멋대로 다시 그려놓은 풍경 속에서 우리는 젖은 어깨를 맞대고 천천히 걸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함께 걷는 보폭이 조금씩 비슷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8월의 끝자락, 우리는 그저 함께 젖어 있었다.
- 젠 가든의 오마카세에서 펑수처 작가의 도자기에 담긴 제철 해산물을 맛볼 것.
- Jiao Xi Lao Ye Jiu Dian의 야외 온천욕 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온기를 유지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