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체크인. 누가 먼저 투덜거릴지 내기를 했다. 결국 아무도 입을 떼지 않았다. Que Ke Hai Fu Lv Guan 로비의 묵직한 소파에 몸을 파묻고 멍하니 캐리어 바퀴의 낡은 홈만 쳐다봤다. 12월의 이란 공기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채 서늘하게 피부를 파고들었다. 외투 깃을 바짝 세우고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무승부였다.
로동 야시장에서 휩쓸어 온 비닐봉지들이 테이블 위로 쏟아졌다. 갓 튀겨낸 닭튀김의 고소한 기름 냄새와 정체 모를 간식들의 달큰한 향이 좁은 객실 안을 빠르게 채웠다. 입가에 기름이 번들거리고 손가락이 끈적거려도 상관없었다. 시끄러운 인파를 벗어나 우리만의 작은 요새에서 나누는 야식은 그 어떤 정찬보다 달콤했다.
자동 센서 변기. 다가가기도 전에 뚜껑이 매끄럽게 슥 올라왔다. 삑, 하는 기계음이 정적을 깼다. "와, 이 호텔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봐." 누군가 툭 던진 말에 다들 참지 못하고 터졌다. 기계적인 환영 인사가 마치 과한 친절을 베푸는 집사 같아 우스웠다. 우리는 한동안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변기 주변을 멍청하게 서성거렸다.
옷장 한구석에 놓인 체중계. 이건 명백한 함정이었다. 야시장에서 그렇게 먹어치운 우리에게 저 작은 기계는 고문 기구와 다름없었다. 체크아웃 직전까지 절대 저 위에 발을 올리지 않기로 굳게 맹세했다. 여행지에서의 몸무게는 숫자에 불과하며, 그것은 무의미하다는 우리만의 비밀 협약이 체결된 순간이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웠다. Que Ke Hai Fu Lv Guan의 정성스러운 에센셜 오일 어메니티가 욕실 안을 짙은 숲의 향으로 물들였다. 물속으로 몸을 천천히 밀어 넣으니 피부에 매끄러운 비단 한 겹을 두른 기분이었다. 몽글몽글한 수증기가 시야를 가리고, 적당한 온도가 온몸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었다. 눈을 감고 규칙적인 물소리에만 집중했다. 나쁘지 않은 고요였다.
바닥에 깔린 벌집 모양의 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투박한 회색빛이 감도는 무채색의 공간. 산업용 느낌의 조명과 무심하게 배치된 가구들이 묘하게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로동역에서 걸어서 단 2분. 짧은 거리였지만 12월의 날카로운 바람이 뺨을 스쳤고, 딱딱한 보도블록의 진동이 발끝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룸 업그레이드. 문을 열자마자 시야가 탁 트이며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뒹굴 수 있는 면적이 두 배로 늘어난 쾌적함. 계획에 없던 행운은 언제나 예상보다 더 달콤하게 다가온다. 요청한 적 없는데 덤으로 얻어걸린 공간. 우리는 그 넓은 바닥에 대자로 누워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12월의 깊은 밤. 빳빳한 침대 시트 위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셌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렇게 무용한 시간들이 층층이 쌓여 결국 여행이라는 이름의 기억이 된다. 내일은 또 어느 낯선 골목에서 기분 좋게 길을 잃을지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서늘한 겨울 냄새가 났다.
- 로동 야시장 음식 잔뜩 사서 객실 거실에서 파티하기. 이게 진짜 묘미야.
- 룸 업그레이드 기대하지 말고 가봐. 뜻밖의 행운이 기다릴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