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뤄둥역은 끈적였다. 피부에 달라붙는 습기가 마치 젖은 셔츠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쯤, Que Ke Hai Fu Lv Guan의 자동문이 열리며 서늘한 냉기가 쏟아져 나왔다. 보도블록을 긁는 캐리어의 규칙적인 소음이 귓가를 때리다 멈춘 그 찰나, 우리는 동시에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북문에서 산 녹두 우유는 구원이었다. 컵 표면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고, 빨대를 통해 들어온 걸쭉하고 달콤한 액체가 혀끝을 마비시켰다. 눅눅한 오후의 불쾌함이 얼음 조각처럼 잘게 부서져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럭셔리 스위트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냥 좀 넓은 거 아니야?" 누군가 짐을 풀며 툴툴거렸다. 나는 대답 대신 빳빳하고 서늘한 흰 시트 위로 몸을 던졌다. 넷이서 뒹굴며 실없는 소리를 나누기에 충분한 공간, 그 넉넉함이 주는 해방감이 눅눅한 마음까지 말려주는 것 같았다.
이 호텔의 변기는 지나치게 친절했다.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뚜껑이 휙 하고 열리는 모습에 우리는 그걸 '과한 환영 인사'라고 부르기로 했다. 기계적인 작동음에 놀라 엉덩이를 뒤로 뺀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한 시간 동안 배가 아플 정도로 낄낄거렸다.
에어컨 바람이 가장 정직하게 닿는 지점에 가만히 누웠다. 창밖으로는 뤄둥 시내의 소음이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들려왔고, 방 안의 정적은 밀도 높게 우리를 감쌌다. 아무런 계획 없이 낮은 조도의 천장을 바라보던 그 무용한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밀도 높은 휴식이었다.
발바닥에 닿는 복고풍 벌집 타일의 서늘한 감촉이 좋았다. 욕실에서는 록시땅 어메니티의 은은한 허브 향이 공기 중에 흩어졌고, 무료 와이파이 신호를 잡으며 침대 머리맡의 평면 TV를 켰다. 냉장고 속에 가지런히 놓인 과일식초 두 병에서 이름 모를 이의 다정한 배려가 느껴졌다.
갑자기 8월의 소나기가 창문을 두드렸다. 이란의 여름은 늘 변덕스러운 소년 같다. 젖은 옷을 허물처럼 벗어 던지고 뜨거운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몸을 깊숙이 담갔다. 피부를 감싸는 온기와 창밖의 서늘한 빗소리가 교차하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체크아웃을 하며 우리는 약속하듯 다시 오자고 말했다. 거창한 관광지나 화려한 일정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Que Ke Hai Fu Lv Guan의 쾌적한 방에 누워, 서로의 못난 점을 끄집어내며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는 것. 그것만으로도 다시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했다.
현관 앞에 나란히 놓인, 아직 눅눅한 운동화 한 켤레.
- 뤄둥역 바로 앞이라 걷기 싫어하는 친구들에게 최고의 선택지야.
- 무조건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해. 넓은 바닥에서 뒹굴어야 진짜 휴식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