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햇살이 나무 천장의 결을 따라 길게 눕는 시간
로동역에 내리자마자 마주한 이란의 2월은 눅눅한 외투를 걸친 듯 무거웠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뺨을 스칠 때마다 젖은 흙 내음이 짙게 배어 나왔다. 그 안개 같은 공기를 뚫고 나타난 Que Ke Tong Ma Ji Qin Zi Lv Guan의 외관은 마치 동화 속 기차 성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우리가 짐을 푼 '동몽 트리하우스'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솟아오른 경사진 나무 천장이었다. 은은한 노란 조명이 나무의 거친 결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아, 방 전체를 따스한 호박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이곳은 본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강렬한 원색의 가구들과 모서리 하나 없이 둥글게 깎인 집기들 사이에서, 우리는 마치 거대한 인형의 집에 잘못 들어온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침대에 몸을 누이고 천장을 바라보는 순간,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어른의 세계가 강요하는 효율과 정답, 쉼 없는 속도전에서 완전히 격리된 기분이었다. 창밖으로는 낮게 내려앉은 회색빛 하늘이 보였지만, 방 안의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해 나른함을 더했다. "여기선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아." 누군가 나지막이 뱉은 말에 우리는 그저 함께 침묵했다. 그 무용(無用)한 시간이 주는 해방감이 달콤했다. 복도로 나서면 120미터에 달하는 전기차 트랙 위로 작은 차들이 윙윙거리며 달리고 있었다. 그 소란스러운 활기가 벽을 타고 흐르다 방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아득한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변했다. 기분 좋은 고립이었다.
밤 11시, 젖은 보도블록 위로 네온사인이 번지는 시간
호텔 밖으로 나서자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로동 야시장으로 향하는 짧은 길, 낮에 내린 비로 검게 젖은 바닥은 도시의 불빛을 거울처럼 반사하며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공기는 사라지고 기름진 음식의 열기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피부에 닿았다. 볶아내는 소스의 매콤한 향과 달콤한 과일 향이 뒤섞여 공중에 눅진하게 떠다녔다. 우리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저 흐르는 인파에 몸을 맡긴 채 천천히 걸었다.
길거리에서 산 따뜻한 간식을 나누어 쥐었을 때, 손끝에서부터 전해지는 온기가 얼어붙었던 마음을 천천히 녹였다. 입안 가득 퍼지는 짭조름하고 달콤한 맛은 혀끝에 오래도록 남아 여행의 허기를 채워주었다. 서로의 외투 주머니 속에 손을 맞잡아 넣고 걷는 동안, 거창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지금 이 공기의 온도와 걷는 속도가 적당하다는 사실만이 우리를 연결하고 있었다. 다시 Que Ke Tong Ma Ji Qin Zi Lv Guan으로 돌아오는 길, 낮에는 지나치게 화려해 보였던 원색의 조명들이 밤이 되자 포근한 외투처럼 우리를 감싸 안았다.
방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고, 유리 격벽으로 분리된 욕조에 몸을 담갔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방 안의 정적을 바라보며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자, 하루의 긴장이 물결처럼 흩어졌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이 피부에 닿는 순간, 이곳은 더 이상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만을 위해 준비된 완결된 세계가 되었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어른이라는 가면을 쓸 필요도 없는 곳. 우리는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천천히 눈을 감았다. 2월의 이란, 그 습하고 서늘한 공기 속에서 우리가 공유한 작은 온기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이 느릿하게 선을 그리며 아래로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