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이라는 이름의 무책임한 유혹
6월의 이란은 물을 머금은 솜처럼 무겁게 고요해져 있었다. 피부에 닿는 공기는 끈적였고,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희미한 소금기가 섞여 코끝을 스쳤다. 우리는 신월 광장에서 노랗게 익은 제철 망고 몇 알과 걸쭉한 북문 녹두사 우유를 샀다. 누가 먼저 먹자고 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배가 고팠거나, 혹은 이 눅눅한 밤을 달콤한 무언가로 밀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편의점 비닐봉투가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며 밤의 정적을 깨웠고, 우리는 그 소리를 이정표 삼아 Que Ke Lv Guan으로 돌아왔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피부의 열기를 순식간에 앗아갔다. 흑백의 대비가 강한 육각형 벌집 타일이 정교하게 깔린 바닥은 차갑고 매끄러웠으며, 군더더기 없는 인더스트리얼 LOFT 스타일의 인테리어는 도시의 소음을 차단하는 견고한 성벽처럼 느껴졌다. 그 기하학적인 무늬를 멍하니 바라보며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 비로소 우리는 안락한 고립 속으로 진입했음을 깨달았다.
껍질을 까며 나누는 무용한 진심들
"야, 너 진짜 뻔뻔하다. 아까 지도 볼 때 분명히 이쪽이라고 했잖아."
망고 껍질을 까던 친구가 툭 내뱉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먼저 길을 잃을지 내기를 했지만, 결국 모두가 미아가 되었기에 무승부로 결론지었다. 그 사실이 묘하게 웃겨 우리는 낄낄거렸다.
"결과적으로 다 같이 길 잃었으니까 공평한 거 아냐? 덕분에 그 골목 끝에 숨어 있던 작은 가게도 찾았고."
"그게 무슨 논리야. 그냥 우리가 멍청했던 거지."
우리는 차가운 녹두사 우유를 들이켰다. 걸쭉하고 구수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낮 동안 쌓였던 갈증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갔다. 녹두의 묵직한 맛과 설탕의 날카로운 단맛이 혀끝에서 엉켰다. 졸업장이라는 종이 한 장을 손에 쥐고 나니,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불안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망고의 과육은 혀끝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그 진한 과즙의 밀도는 6월의 습도보다 훨씬 농밀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서로의 미래에 대해 거창한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저 내일은 무엇을 먹을지, 혹은 그냥 계속 누워 있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했다. Que Ke Lv Guan의 적당히 단단한 침대 위에 엎드려 나누는 이 무용한 대화들이 방 안을 촘촘하게 채웠고, 그 무용함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만들었다.
소음이 걷힌 뒤에 남은 밀도
음식들이 사라지고 대화의 파편들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낮은 기계음의 에어컨 소리만이 남았다. 우리는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천장의 조명은 은은했고, 공간을 채운 무채색의 톤은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창밖으로는 6월의 소나기가 시작되었는지 빗방울이 유리창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낮에 호텔의 무료 자전거 대여 서비스로 빌려 탔던 자전거를 반납하며 젖었던 운동화가 방 한구석에서 천천히 말라가고 있었다. 비가 오면 다시 습해지겠지만, 이 방 안에서 그것은 그저 안전한 곳에서 감상하는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특별한 깨달음은 없었지만, 시원한 공기와 함께 멍청한 소리를 내뱉을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이 공간의 정적을 느꼈다. 복도 너머 다른 여행자들의 희미한 발소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가장 쾌적한 고립의 시간이었다. 내일은 아마 또 길을 잃겠지만, 돌아올 곳이 이토록 쾌적하다면 그 정도의 방황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젖은 운동화가 완전히 말라갈 때쯤 우리는 깊은 잠에 빠졌다.
-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 신월 광장의 제철 망고
- 갈증을 씻어주는 구수하고 차가운 북문 녹두사 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