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찾아온 허기, 빗소리에 섞인 유혹
2월의 자오시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채 무겁게 고요해져 있었다. 공기 중에는 젖은 바위와 유황이 섞인 특유의 알싸한 광물 냄새가 감돌았고, 그 냄새는 마치 이 도시의 정체성처럼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우리는 Jiao Xi Jing Quan Feng Lv의 상징인 주황색 격자 외벽을 지나 편의점으로 향했다. 우산 끝에서 툭툭 떨어진 빗방울이 운동화 앞코를 적셨지만, 그 축축함마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 싫지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된 야식 제안에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들떴다. 비닐봉지 속은 금세 편의점표 튀김과 캔맥주, 그리고 이름 모를 대만 과자들로 묵직해졌다. 돌아오는 길, 규칙적인 빗소리가 거리의 소음을 지워냈고, 호텔의 주황색 조명만이 안개처럼 번져 보였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걷는 이 무용한 시간이, 역설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처럼 느껴지는 묘한 밤이었다.
눅눅한 튀김과 꽤 솔직해진 밤의 대화
"야, 여기 욕조 수압 진짜 대단하더라. 물줄기가 거의 폭포 수준이야."
친구 하나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외쳤다. 우리는 침대 위에 신문지를 대충 깔고 튀김을 늘어놓았다. 고소하면서도 눅눅한 기름 냄새가 방 안을 빠르게 채웠고, 캔맥주를 딸 때 나는 경쾌한 '칙' 소리가 정적을 깼다.
"루프탑 인피니티 풀에서 거북이 섬을 보는데, 내가 정말 거북이가 된 기분이었어. 세상과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넌 그냥 물에 젖은 생쥐 같았어. 특히 그 멍한 표정, 진짜 가관이더라."
우리는 서로를 비웃으며 차가운 맥주를 들이켰다. Jiao Xi Jing Quan Feng Lv의 객실은 생각보다 넓어, 작은 웃음소리조차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
"근데 진짜 좋았던 건 반노천탕이었어. 밖으로 나갈 때 닿는 그 서늘한 공기가 훅 들어오는데, 바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그 온도 차가 정말 짜릿하더라고."
"맞아, 그 찰나의 추위 덕분에 온천의 온기가 더 깊게 느껴지는 거지. 원래 여행은 그렇게 약간의 고생이 섞여야 기억에 남는 법이야."
우리는 내년에는 같이 오지 말자는 농담 섞인 진심을 주고받았지만, 손은 멈추지 않고 튀김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서로를 헐뜯으면서도 함께 있는 이 상황이 꽤 안락했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의 평온
비닐봉투는 정리됐고, 맥주 캔은 빈 소리를 내며 굴러다녔다. 방금까지 방 안을 가득 채웠던 소란함이 거짓말처럼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린넨의 서늘한 감촉과 적당한 푹신함이 지친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반쯤 열린 창문 너머로 자오시의 밤공기가 스며들었다. 2월의 서늘함이 피부에 닿았지만, 낮에 몸을 담갔던 온천의 온기가 여전히 혈관 속에 층을 이루고 있었다. 푸른빛이 도는 유카타의 매끄러운 질감이 팔목에 닿았다. 더 이상 할 말은 없었지만, 그 침묵은 어떤 대화보다 안락했다. 무용한 이야기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적당한 피로감과 기분 좋은 포만감뿐이었다. 억지로 무언가를 깨닫거나 치유받으려 애쓸 필요 없이,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없는 튀김을 먹으며 웃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눈을 감자 루프탑 풀에서 보았던 희미한 섬의 실루엣이 잔상처럼 남았다.
주황색 격자 너머로, 어느덧 비가 그치고 있었다.
- 자오시 거리의 따뜻한 어묵탕과 쫀득한 타피오카 펄 음료의 조합.
- 편의점에서 파는 대만식 닭강정과 쌉싸름한 흑맥주 한 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