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불빛과 잠옷 입은 작은 뒷모습
차 뒷좌석에서 공룡 잠옷을 입은 채 깊이 잠든 둘째의 발가락이 창문에 살짝 닿아 있었다. 계획된 일정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나는 굳이 아이를 깨우지 않았다. 여행의 진정한 시작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어긋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Cun Que Guo Ji Wen Quan Jiu Dian`의 23층 객실에 들어섰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루동의 야경이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도시의 불빛들은 마치 검은 벨벳 위에 무심하게 흩뿌려진 다이아몬드 같았다. 아이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넓은 바닥을 운동장 삼아 뛰어다녔고, 정돈된 고급 가구와 빳빳한 침구 위로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완벽하게 정돈된 공간이 무너지는 과정은 찰나였지만, 그 무질서함이 오히려 이 낯선 공간을 우리의 집처럼 포근하게 만들었다. 낮게 고요해지은 조명 아래, 잠옷 차림으로 창문에 달라붙어 아래를 내려다보는 아이들의 작은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안도감을 느꼈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 순간의 공기는 더없이 쾌적했고 우리의 시간은 비로소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두꺼운 카펫이 머금은 가족의 소란함
호텔의 복도를 덮은 카펫은 발걸음을 집어삼킬 만큼 두껍고 고요했다. 하지만 그 정적조차 아이들의 엉뚱한 웃음소리와 작은 발소리까지 가리지는 못했다. 아침 일찍 1층 뷔페로 향하는 길, 엘리베이터의 무거운 침묵을 깨뜨린 것은 둘째의 천진난만한 질문이었다. "아빠, 온천물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거야?" 나는 명쾌한 대답 대신 아이의 보드라운 손을 꼭 쥐어주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갓 구운 빵의 고소한 온기와 진한 커피 향이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었고, 그 사이로 식기들이 부딪히는 경쾌한 금속음과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이 섞여 들었다. 아이들은 접시에 과일을 가득 담으며 낄낄거렸고, 아내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서로 다른 톤의 소음들이 모여 '가족'이라는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나쁘지 않은 소란함이었다.
피부 위로 흐르는 비단 같은 온기
객실 내에 마련된 두 개의 온천탕은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가장 감각적인 휴식처였다. 먼저 탄산수소염천의 미인탕에 몸을 담갔을 때, 피부에 닿는 물의 감촉은 생경할 정도로 매끄러웠다. 마치 투명한 비단 한 겹을 온몸에 얇게 바른 듯한 촉감에 마음속 응어리까지 매끄럽게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어 보석 결정염 탕으로 옮겨가자 물의 밀도가 다르게 느껴지며 묵직하게 몸을 누르는 부력이 전해졌고, 팽팽하게 조여졌던 근육의 긴장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따뜻한 물 온도 덕분에 아이들의 볼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발그레하게 달아올랐고, 욕실 타일의 은은한 온기가 발바닥을 타고 전해져 전신으로 퍼졌다. 굳이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물속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젖은 수건의 묵직한 무게감이 어깨에 닿았을 때, 비로소 `Cun Que Guo Ji Wen Quan Jiu Dian`에서의 온전한 쉼이 완성되었음을 실감했다.
젓가락 끝에 맺힌 이란의 계절
23층 이스트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가이세키 코스 요리는 마치 하나의 정교한 작은 정원을 옮겨놓은 듯했다. 5월의 이란이 품은 제철 식재료들이 젓가락 끝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부드럽게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생선 살의 담백함과 아삭한 채소의 청량한 식감은 계절의 변화를 미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일본식 요리의 생소한 모양새에 잠시 망설였지만, 달콤한 소스가 곁들여진 요리에는 금세 마음을 열고 즐겁게 식사를 이어갔다. 함께 곁들인 레드 와인 한 잔, 잔 속에서 붉게 일렁이는 액체는 조명 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났다. 맛에 대해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기보다, 입안에 퍼지는 온기와 풍미, 그리고 함께 나누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했다. 아이가 입가에 소스를 묻힌 채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며,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은 아마도 이런 사소한 행복의 공유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눅눅한 공기 속에 숨어든 야생화의 숨결
호텔 밖으로 나서자 5월 이란의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습도 79퍼센트의 공기는 약간 눅눅했지만, 그 끈적임 속에는 야생화의 진한 향기가 숨어 있었다. 계곡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과 이름 모를 들꽃들의 단내가 바람에 실려 코끝을 간지럽혔다. 비가 내리기 직전의 짙은 흙냄새와 멀리 바다에서 밀려오는 짠 기운이 묘하게 섞인, 이란 동부 지역 특유의 원초적인 냄새였다. 전예원 구역으로 향하는 길,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길가에 멈춰 서서 작은 곤충들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우리는 무언가를 빨리 보아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자연의 숨결을 들이마셨다. 눅눅한 공기가 오히려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는 외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그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했다.
아이들이 잠든 방, 스탠드 불빛만이 낮은 숨을 쉬고 있었다.
- 23층 이스트 레스토랑에서 루동의 야경을 배경 삼아 천천히 가이세키 요리를 음미해 보세요.
- 객실 내 미인탕과 보석 결정염 탕, 두 가지 온천의 서로 다른 촉감을 모두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