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계단 앞에서 멈출지 내기를 했다. Lv Ren Yi Zhan Tie Hua Wen Chuang Guan의 배낭여행자 객실로 향하는 길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눅눅한 공기를 뚫고 친구의 캐리어 바퀴가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리듬감 있게 울려 퍼졌다. 결국 짐이 가장 많았던 녀석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먼저 멈춰 섰다. 졌다. 승리의 쾌감보다 땀방울이 맺힌 이마의 뜨거움이 더 먼저 느껴졌다.
해변 공원에서 마주한 황지 파전.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갓 튀겨진 파전의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손가락 끝에 끈적하게 묻어나는 기름기와 입술에 닿는 짭조름한 바닷바람. 뜨거운 파전 한 조각을 입에 넣자 바삭한 식감 뒤로 짭짤한 풍미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바다의 비릿함과 기름의 진한 향이 묘하게 어우러진 오후였다.
"그 무거운 드라이기를 대체 왜 챙겨온 거야?" 내 물음에 녀석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내 머리 볼륨은 소중하니까." 우리는 동시에 낄낄거렸다. Lv Ren Yi Zhan Tie Hua Wen Chuang Guan의 객실은 아담했다. 캐리어를 전부 펼치자 발 디딜 틈조차 사라졌지만, 그 좁은 틈바구니가 오히려 우리를 더 밀착시켰다. 어깨가 맞닿을 때마다 묘한 동질감이 피어올랐다.
물이 위로 흐른다는 기이한 착시의 장소. 우리는 정말로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다고 엉뚱한 자세로 낑낑거렸다. 뒤에서 보면 그저 술 취한 사람들처럼 보였을 것이다.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를 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논리보다 웃음이 앞섰던, 우리만의 바보 같은 시간이었다.
새벽 6시의 로비. 커피 머신이 낮게 웅웅거리며 잠든 공기를 깨우고 있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작은 쿠키 하나를 집어 들자 달콤한 버터 향이 옅게 퍼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둥의 아침은 옅은 푸른빛이었다. 피부에 닿는 공기는 여전히 습했지만, 잠을 깨우기에 딱 적당한 서늘함이 섞여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열기구 그림들. 원색의 강렬한 색감들이 좁은 방 안의 공기를 활기차게 바꾸어 놓았다. 무료 와이파이로 음악을 틀어놓고 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바삭거리는 천의 감촉이 피부에 닿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의 소나기는 예고 없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옷이 젖어 피부에 착 달라붙었다. 하지만 우리는 뛰지 않았다. 오히려 빗줄기 속에 몸을 맡긴 채 천천히 걸었다. 달궈졌던 피부 위로 차가운 빗방울이 닿을 때의 그 짜릿한 해방감. 젖은 운동화가 늪처럼 무거워졌지만, 그 무게마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다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창밖으로 철화마을의 소란스러운 소음이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들려왔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그 평범함이 주는 안도감이 꽤나 묵직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사소한 실수를 비웃으며 함께 웃고 있을 것이다.
젖은 신발 끝에 묻어난 작은 모래알 하나.
- 철화마을 야시장의 길거리 음식들, 꼭 하나씩 다 맛봐야 해.
-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해변을 걷는 낭만을 꼭 느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