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여기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덥네." 네가 셔츠 깃을 펄럭이며 말했다.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고, 어디선가 옅은 비 냄새가 섞여 오는 타이둥의 7월이었다. "진짜 온 거야?" 내 물음에 너는 희미하게 웃으며 답했다. "응. 그냥, 여기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우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Lv Ren Yi Zhan Tie Hua Wen Chuang Guan 로비로 들어섰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닿는 순간, 팽팽했던 긴장이 탁 풀리며 동시에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낯선 도시의 열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안도감이 차올랐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다정함에 대하여
로비에 걸린 알록달록한 열기구 장식들이 시선을 끌었다. 지나치게 선명한 색채들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했다. 누군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억지로라도 다정한 환대를 건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읽혔다. 우리가 배정받은 독립 객실은 생각보다 더 아담했다. 커다란 캐리어를 펼치자 바닥의 여백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화장실로 가려면 서로의 발끝을 피해 조심스럽게 스텝을 밟아야 했다. 하지만 그 서툰 거리감이 오히려 묘한 친밀함으로 다가왔다. 짐을 옮기다 내가 발가락을 찧었을 때, 너는 아픈 나보다 상황이 웃긴 게 먼저라며 킥킥거렸고, 그 작은 웃음소리가 좁은 방 안을 밀도 있게 채웠다. 마치 작은 고치 속에 함께 갇힌 기분이었다.
방 안의 평면 텔레비전에서는 알 수 없는 현지 방송이 낮은 소리로 흘러나왔고, 우리는 무료 와이파이로 내일의 날씨를 확인하며 낄낄거렸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톄화 마을의 소란함이 시작되었다. 거리의 전구들이 하나둘 켜지며 밤을 오렌지빛으로 물들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버스킹 음악이 습한 공기를 타고 낮게 깔렸다. 피부를 적시는 76퍼센트의 습도는 마치 젖은 수건처럼 우리를 무겁게 감쌌지만, 함께 끈적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해변 공원 근처에서 먹은 황기 파전의 고소하고 짭조름한 기름 냄새가 아직도 코끝에 맴돈다. 입술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내며 바라본 7월의 바다는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고, 그 정적이 오히려 우리 사이의 대화를 더 깊게 만들었다.
Lv Ren Yi Zhan Tie Hua Wen Chuang Guan 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았다. 덜컹거리는 에어컨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만들었고, 그 소음은 오히려 외부의 소란을 차단하는 안락한 벽이 되어주었다. 우리는 루예 고원의 열기구가 하늘에서 어떤 무늬를 그릴지, 혹은 내일 아침엔 어떤 낯선 과일을 맛볼지 같은 무용한 대화를 나눴다. 여행에서 무언가를 발견해야 한다는 강박 대신, 서로의 살결에서 느껴지는 눅눅한 온도를 공유하는 것. 그 무거운 공기가 오히려 우리를 더 깊게 밀착시켰다. 좁은 방, 끈적이는 공기, 그리고 옆에 있는 너. 그 평범한 조각들이 모여 이 여행의 가장 선명한 풍경이 되었다.
눅눅한 시트 위로 겹쳐진 두 그림자가 여름밤의 정적 속으로 스며들었다.
- 우리 내일은 알람 끄고 그냥 늦잠 자자.
- 나가는 길에 그 고소한 파전, 한 번 더 먹으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