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의 8층과 환희의 욕조
결국 모두가 헐떡이며 Na Lu Wan Da Fan Dian 로비에 도착했을 때, 나는 12월 타이둥의 서늘한 공기를 가르고 들어온 적당한 온기에 안도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발소리를 부드럽게 집어삼키는 두툼한 카펫의 질감이었다. 8층 창밖으로는 산맥의 능선과 바다의 수평선이 맞닿는 정갈한 경계선이 보였다. '여기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겠어.'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에서 은은한 세제 향이 났고, 나는 그 정적 속에 몸을 뉘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반면 친구는 방문에 들어서자마자 짧은 비명을 질렀다. "대박, 진짜 야외 욕조가 있어!" 그는 곧장 스타리 스카이 배스로 달려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결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밤하늘의 별을 이불 삼아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이미 춤을 추고 있었다. 창밖의 풍경을 연신 카메라에 담으며, 이 넓은 공간이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는 해방감에 젖어 든 그의 목소리에는 12월의 추위를 단숨에 녹여버릴 만큼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미각의 정교함과 기억의 소란함
취위안 중식당에서 마주한 화염 구운 오리는 하나의 예술품 같았다. 나는 먼저 짙은 호박색으로 빛나는 껍질의 색감을 관찰했다. 젓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미세한 파열음이 청각을 자극했다. 입안에 넣는 순간, 고소한 지방의 풍미가 혀끝에 잠시 머물다 깔끔하게 사라지는 정교한 흐름이 느껴졌다. 너무 뜨겁지도, 식지도 않은 완벽한 온도와 곁들여진 채소의 아삭한 식감까지. 그것은 철저히 계산된 맛이었고, 나는 그 정밀한 조화에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친구에게 그 식사는 맛보다 대화의 향연이었다. 그는 와인 잔을 부딪치며 내는 맑은 소리에 맞춰 지난 1년 동안 겪었던 황당한 일들을 쏟아냈다. 우리는 서로의 실패담을 안주 삼아 왁자지껄하게 웃었고, 식탁 위에는 풍성한 요리들이 놓여 있었지만 그는 정작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가 기억하는 것은 12월의 끝자락에서 느낀 묘한 해방감과 우리의 웃음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던 그 공기의 온도일 것이다. 그는 이 오리가 인생 최고의 맛이라며 과장 섞인 찬사를 보냈다.
서로 다른 우리가 맞닿은 단 하나의 맛
체크아웃을 앞두고 우리는 Na Lu Wan Da Fan Dian 로비의 셰이커 나나 앞에 모였다. 각자 다른 음료를 시켰지만, 결국 모두가 사탕수수 레몬 에이드를 한 입씩 뺏어 마셨다. 차가운 유리잔 표면에 맺힌 이슬이 손가락 끝을 적셨고, 첫 모금의 강렬한 달콤함 뒤로 레몬의 산뜻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타이둥의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그 달콤함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말했다. "이건 진짜 괜찮다." 취향도, 성격도 제각각인 우리가 유일하게 완벽하게 합의한, 무용한 음료 한 잔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이었다.
로비를 나설 때, 등 뒤로 쏟아지는 타이둥의 금빛 햇살이 포근했다.
- 8층의 스타리 스카이 배스 객실에서 밤하늘의 별과 온천을 동시에 만끽할 것.
- 로비 셰이커 나나의 사탕수수 레몬 에이드로 여행의 마지막 여유를 채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