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Na Lu Wan Yin He Jiu Dian

밤하늘에 쏟아진 우유 한 잔의 온도

눅눅한 공기와 엇갈린 나침반

타이둥역의 플랫폼에 발을 내디딘 순간, 9월의 눅눅한 공기가 마치 젖은 수건처럼 온몸을 무겁게 감싸 안았다. 한낮의 열기는 여전했지만, 가끔 불어오는 바람 끝에는 아주 희미하게 가을의 서늘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길을 잃을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너무나 뻔했다. 스마트폰 지도를 맹신하며 당당하게 앞장섰던 친구가 정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길이 맞다니까!"라고 외치는 친구의 목소리 뒤로, 누구 하나 그 오류를 바로잡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친구가 이끄는 엉뚱한 방향이 어디로 연결될지 궁금했을 뿐이다. 캐리어 바퀴가 거친 보도블록을 긁으며 내는 소란스러운 소음이 리듬처럼 들렸고, 땀방울이 턱 끝에 맺혀 뚝뚝 떨어지는 더위 속에서도 우리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라면, 우리는 이미 완벽하게 여행하고 있었다. 역 앞의 낡은 벤치에 잠시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한 하늘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푸르렀다. 우리는 그렇게 느릿하게, 아주 느릿하게 우리의 거점을 향해 움직였다.

우연히 마주친 김 서린 온기

호텔로 향하던 중, 계획에도 없던 '난베이 만두관'이라는 작은 가게 앞에 멈춰 섰다.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는 그곳의 공기는 정직하고 투박했다.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진한 밀가루 냄새와 찜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증기가 시야를 뿌옇게 가렸다. 우리는 메뉴판을 훑어볼 겨를도 없이 주인장이 추천하는 메뉴를 주문했다. 곧이어 투박하게 빚어진 만두가 김을 내뿜으며 테이블 위에 놓였다. 한 입 베어 물자 뜨거운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정성스럽게 끓여낸 집밥 같은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친구 하나가 만두피가 너무 두껍다며 투덜거렸지만, 정작 젓가락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만두를 집어 올렸다. 우리는 그곳에서 한참 동안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사실 그때 말이야..."로 시작된, 이제는 가물가물한 학창 시절의 유치한 기억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옛 친구들의 이야기. 음식의 맛보다 그 순간을 감싸고 있던 눅눅하면서도 포근한 공기가 더 깊게 기억에 남았다. 가게 밖으로 나오자 타이둥의 강렬한 햇살이 다시 우리를 맞이했다. 자전거를 빌려 탈까 고민했지만, 결국 우리는 그냥 걷기로 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이 보이면 멈춰 섰고, 기괴하게 뻗은 나무가 있으면 사진을 찍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도착하지 않은 상태로 머무는 그 과정 자체가 더 즐거웠다. 9월의 타이둥은 그렇게 우리에게 천천히 걷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Na Lu Wan Yin He Jiu Dian, 별빛이 내려앉은 물결

긴 여정 끝에 마침내 Na Lu Wan Yin He Jiu Dian에 도착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 여행의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우리가 묵게 된 정교한 스위트룸의 문을 열자, 갓 세탁한 시트의 보송한 향기와 함께 은은한 아로마 향이 코끝을 스쳤다. 발코니로 나가니 타이둥의 낮은 산등성이가 겹겹이 층을 이루며 펼쳐져 있었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푹신한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매트리스가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감싸 안는 느낌에 절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곳에서의 정점은 단연 심해수 소금물 수영장이었다. 일반적인 수영장과는 차원이 다른,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하다는 그 물에 몸을 담갔을 때의 감촉은 마치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른 것처럼 매끄러웠다. 물의 온도는 적당했고,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근육들이 서서히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물속에서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았다. 수영장 너머로 보이는 9월의 밤하늘에는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누군가 저 별들이 우유를 쏟아놓은 것 같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물의 부력에 몸을 맡긴 채,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소금물 특유의 짭조름한 냄새와 피부를 스치는 미네랄의 촉감, 그리고 적막을 깨는 작은 물소리. 복잡한 생각들은 물밑으로 고요해지고, 오직 현재의 감각만이 선명해졌다. Na Lu Wan Yin He Jiu Dian에서의 밤은 그렇게 은하수처럼 찬란하고 고요하게 흘러갔다.

물결 위에 부서지던 은하수의 잔상이 여전히 눈앞에 아른거린다.

  • Na Lu Wan Yin He Jiu Dian의 심해수 수영장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깊은 휴식을 취해보세요.
  • 타이둥 시내의 난베이 만두관에서 투박하지만 따뜻한 현지 가정식의 맛을 느껴보세요.

근처 맛집 & 명소

칠리샹 군만두

타이둥시 정치로 385골목 7호에 있는 30년이 넘은 로컬 분식 노포입니다. 주먹만 한 대형 군만두가 시그니처로 바삭한 겉과 부드러운 속, 넉넉한 소에 집제 달콤매콤 소스가 어우러집니다. 루웨이(양념 조림) 간식도 함께 내며 가격은 착해 군만두 한 개 25위안, 줄이 흔합니다. 정치로·난징로 교차로 골목에 있어 매장 식사와 포장 모두 가능합니다.

80 미식

난베이 만두집

타이둥시 허핑가 117호의 40년이 넘은 로컬 노포입니다. 얇고 탱글한 거대한 찐 만두가 시그니처로 속이 가득하고 육즙이 넘치며, 삶은 만두·볶음면·볶음·가정식 요리도 함께합니다. 손글씨 메뉴로 주문, 소스는 셀프, 매운맛을 좋아하면 집제 '바오피 라자오'(껍질 벗긴 고추)를 추천합니다. 2층 매장은 거의 만석이고 점심 11~14시·저녁 17~20:30, 평균 약 400위안입니다.

90 미식

카즈어 만새기 특산미식

타이둥 성공향 다둥로 115호에 있는 현지 도라도(광어와 비슷한 흰살생선) 테마의 창의 분식집입니다. 루러우판·굴전·생선 수프·생선 튀김·물만두 등 대만 요리에 도라도를 녹여 넣어 가격 착고 향토색이 강합니다. 오래된 대만+원주민 요소를 섞은 활기찬 인테리어, 타이완 루러우판 페스티벌 추천·푸드 프로그램 소개로 성공향 필식 명소입니다.

92 미식

반얀나무 쌀국수

타이둥시 중화로 1단에 있는 50년이 넘은 노포로 미타이무(얇은 쌀국수)가 시그니처입니다. 집제 고추기름·황금 김치·바삭한 도라도 튀김 같은 반찬이 인기이며 매장이 넓어 피크 시간에도 회전이 빠릅니다. 냉방은 없지만 국물이 깔끔하고 옛맛이라 타이둥 필식 리스트에 빠지지 않습니다.

86 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