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누가 배고프다고 했더라
Na Lu Wan Yin He Jiu Dian의 심해수 수영장에서 보낸 시간은 꽤 길었다. 마그네슘과 칼슘이 녹아든 물은 피부 위에 투명한 비단 한 겹을 얇게 덧씌운 듯 매끄러웠고,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손끝에 남은 그 눅눅하고 미끄러운 촉감은 묘하게 쾌적했다. 3월의 타이둥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했으며, 습도는 포근한 담요처럼 몸을 감싸 안았다. 정교한 스위트룸의 발코니 너머로 짙푸른 종곡의 산맥이 어둠 속에 잠겨갈 때쯤, 누군가 낮게 읊조렸다. 배고프다고.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움직였다. 228 연휴의 인파를 뚫고 시내에서 공수해 온 현지 두부와 바스락거리는 과자 봉지들이 하얀 시트 위에 무질서하게 흩어졌다. 짐을 풀 때의 소란함보다 야식을 세팅하는 과정이 훨씬 더 진지하고 경건했다.
짭조름한 두부와 함께 씹어낸 진심들
"너 왠지 이번에 길 잃을 거라고 내기했던 거 기억나? 결과적으로 우리가 다 틀렸지. 길을 잃은 건 우리가 아니라 내 구글 맵이었어."
한 친구가 젓가락으로 노릇하게 튀겨진 두부 조각을 집어 올리며 낄낄거렸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기름 냄새와 짭조름한 간장 향이 방 안의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졌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냥 헛웃음을 지었다. 3월의 야생백합이 핀 절벽을 보러 갔다가 엉뚱한 공터에서 한 시간을 헤맸던 기억이 스쳤다.
"말도 마. 그 인파 속에 껴서 걷는데 진짜 땀나서 죽는 줄 알았어. 근데 또 그 소음 속에 있으니까 묘하게 안심되더라. 너네 그때 넋 나간 표정 진짜 가관이었거든."
"과장이 심하네. 난 그냥 배가 고팠던 거야. 그나저나 Na Lu Wan Yin He Jiu Dian 침구 진짜 좋다. 아까 수영장에서 느낀 그 매끄러운 기분이 여기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 피부가 보들보들해진 기분이라 나쁘지 않아."
"설정 잡지 말고 두부나 더 먹어. 이거 식으니까 좀 퍽퍽해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짭조름해서 괜찮네. 솔직히 이번 여행 계획 하나도 없었던 게 신의 한 수였어. 안 그랬으면 우린 지금쯤 엑셀 표 보면서 서로 예민하게 싸우고 있었을걸."
우리는 서로의 멍청한 선택들을 하나씩 꺼내어 천천히 씹었다. 칭찬보다는 핀잔과 투덜거림이 더 많았지만, 목소리 톤은 낮고 편안했다. 굳이 서로를 격려하거나 포장할 필요가 없는 관계라는 것이, 이 깊은 밤의 정적 속에서 더 큰 다행으로 다가왔다.
포만감이 남긴 고요한 여백
봉지들이 비워지고 대화의 밀도도 서서히 낮아졌다. 방 안에는 에어컨의 일정한 기계음과 간간이 섞이는 친구들의 깊은 숨소리만 남았다. 네 벽으로 둘러싸인 이 정갈한 공간은 외부의 소란함으로부터 우리를 완전히 분리해준 작은 섬 같았다. 몸을 깊숙이 받아주는 하얀 침구의 포근함과 낮게 고요해지은 노란 조명 아래서, 억지로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흘렀다. 그냥 누워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3월의 타이둥, 바다의 색이 회청색에서 비취색으로 변해가는 그 찰나의 계절 속에 우리가 있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 적막함만으로도 충분했다.
천장에 비친 희미한 빛의 잔상을 보며, 반드시 다시 오겠다고 생각했다.
- 치솽 지역의 고소한 로컬 두부와 튀긴 두피
- 쇼우펑역 근처의 달콤한 사탕수수 얼음 디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