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봐, 내 말이 맞지? 길 잃을 거라고 했잖아!"
"아니, 여기서 오른쪽이라니까! 내 직감을 믿어!" 지수가 지도를 홱 돌리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전신주에 붙은 빛바랜 광고지와 눅눅한 거리의 냄새를 맡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결국 제자리네. 우리가 내기한 거 기억나? 길 잃는 사람이 편의점 쏘기로 한 거." 민호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내 어깨를 툭 쳤다. "야, 이건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새로운 경로를 탐색한 거야. 일종의 모험이라고!" "탐색은 무슨, 그냥 멍청하게 뱅뱅 돈 거지." 우리는 서로를 비웃으며 낄낄거렸다. 12월 타이베이의 바람은 살갗을 파고드는 뾰족한 바늘 같았지만, 우리의 유치한 논쟁은 그보다 더 뜨거웠다. 왁자지껄한 거리의 소음 속에서 우리는 누가 더 엉뚱한 곳으로 우리를 인도했는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국 우리는 모두 졌다. 다 같이 길을 잃었으니까.
소음이 소거된 순백의 안식처
He Yuan San Jing Hua Yuan Fan Dian의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밖에서 우리를 괴롭히던 날카로운 북동풍이 툭 끊겼다. 포근한 온기가 피부를 감싸 안았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나무 향과 정갈함이 섞여 있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갈한 순백의 침구였다. 방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바로 밖은 충효신생역의 블루 라인과 오렌지 라인이 교차하며 차들이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대는 교통의 요지였지만, 이 방의 벽은 그 모든 도시의 소란을 성실하게 집어삼키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이 손끝에 닿았고, 빳빳하게 잘 말려진 면의 깨끗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오후 네 시의 낮은 햇살이 방 안으로 길게 늘어져,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여 침대 끝자락에 닿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언가 대단한 관광지를 보러 가야 한다는 강박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1층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풍겨 나오는 진한 토마토 소스와 구운 마늘의 풍미가 복도에 은은하게 퍼져 있어, 굳이 식사를 하지 않아도 공간의 밀도가 꽉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이후 공용 욕실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가 적당했고, 팽팽하게 당겨졌던 근육의 긴장이 물결을 따라 부드럽게 씻겨 내려갔다. He Yuan San Jing Hua Yuan Fan Dian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여행의 피로와 마음의 소음을 걸러내는 거대한 필터 같았다.
낮은 조명 아래, 진심이 흐르는 시간
"근데 진짜, 우리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걸까?" 민호가 침대 헤드에 기대어 나직하게 물었다. 방 안의 조명을 낮추자 공간은 한층 더 포근한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왜 안 돼. 원래 여행은 낯선 곳에 가서 평소처럼 빈둥거리는 게 진짜 묘미잖아." 내 대답에 지수가 과자 봉지를 부스럭거리며 덧붙였다. "나 사실 올해 좀 많이 힘들었거든. 근데 지금 이 방에서 너희랑 이렇게 멍 때리고 있으니까, 그냥 다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억지로 위로하는 말은 필요 없었다. 그냥 좋은 걸 좋다고 하고, 조용한 걸 조용하다고 느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했다. 밖에서는 여전히 도시의 소음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지만, 우리를 감싼 이 작은 공간만큼은 아주 느린 호흡으로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다가오는 새해를 별 기대 없이, 하지만 꽤 긍정적으로 기다렸다.
창틀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가로등 불빛을 머금어 보석처럼 반짝였다.
- 충효신생역 3번 출구와 매우 가까우니, 가벼운 산책화를 신고 주변을 탐방해 보세요.
- 호텔 내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풍미를 즐기거나 공용 욕실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