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결에 닿는 다정한 무게
두툼한 흰색 수건. 갓 세탁되어 빳빳한 감촉이 살아있는 면사는 손가락 끝에 닿는 밀도가 묵직하고 조밀하다.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세제 향은 정갈한 휴식의 시작을 알린다. 욕실 선반 위에 각 잡혀 놓인 그것은, 물기를 머금은 피부에 닿는 순간 포근한 온기로 온몸을 감싸 안는다.
온기를 나누는 낮은 속삭임
"물 온도, 생각보다 뜨겁지 않아?"
그가 물속에서 천천히 팔을 저으며 물었다.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른 수증기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나는 대답 대신 어깨까지 깊숙이 몸을 담그며 눈을 감았다. 툭, 툭, 어디선가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고요한 공간의 적막을 깨웠다.
"그냥 좋아. 딱 이 정도가."
"그렇네. 밖은 꽤 춥던데."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서로의 숨소리가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았다. 뜨거운 물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욕조 밖으로 나갔을 때 맞이할 서늘한 공기를 생각하니, 지금 이 찰나의 온기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하얀 면사가 기억하는 겨울의 조각
1월의 타이베이는 생각보다 서늘했다. 북동계절풍이 뺨을 스칠 때마다 코끝이 찡해지는 계절. 충효신생 지하철역에서 내려 He Yuan San Jing Hua Yuan Fan Dian으로 걸어가는 길, 우리는 목도리를 더 단단히 여몄다. 도시의 소음은 차가운 공기에 씻겨 내려가 투명하게 들렸고,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정돈된 공기와 친절한 미소는 팽팽했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객실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했다. 팽팽하게 당겨진 하얀 시트는 보기만 해도 깊은 잠에 빠져들 것 같았다. 우리는 짐을 풀고 호텔의 자랑인 대욕장으로 향했다. 일본식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낮 동안 걷느라 뭉쳤던 다리 근육이 비단실 풀리듯 부드럽게 이완되었다. 매끄러운 물의 촉감은 마치 피부 위에 얇은 막을 씌운 듯 안온했다.
목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복도에서 제공된 슬리퍼를 신었다. 내 발보다 조금 큰 슬리퍼 때문에 걸을 때마다 뒤꿈치가 헐떡거렸고,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그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런 사소한 어긋남이 오히려 우리 사이의 빈틈을 메워주는 편안함이 되었다.
방으로 돌아와 아까 그 두툼한 수건으로 몸을 닦아냈다. 수건의 묵직한 무게감이 피부에 닿을 때, 비로소 여행의 한 조각이 완성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1층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자폴리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풍미가 상상되는 밤, 밖에서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방 안은 더없이 포근했다. 타이베이 일공일 타워의 화려한 불꽃놀이보다, 이렇게 조용한 방에서 나누는 낮은 숨소리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He Yuan San Jing Hua Yuan Fan Dian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따뜻한 곳에서 함께 누워 있는 것. 삶이 꼭 특별할 필요는 없다. 평범한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다정한 기억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차가운 거리로 나섰을 때, 내 손끝에는 여전히 그 수건의 포근한 온기가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창밖으로 옅은 겨울 햇살이 내려앉고 있었다.
- 늦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간에 대욕장을 이용해 고요한 휴식을 만끽해 보세요.
- 호텔에서 지하철역까지 천천히 걸으며 1월 타이베이의 서늘한 공기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