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배고프다고 했더라
6월의 타이베이는 거대한 눅눅한 담요를 덮고 있는 것 같았다. 습도 79퍼센트의 공기는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고, 비가 그친 뒤의 아스팔트는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며 도시의 숨가쁨을 증명했다. 우리는 느닷없이 쏟아진 소나기에 속수무책으로 젖어, 운동화 속으로 스며든 빗물이 걸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엉망이 된 몰골로 충효신생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He Yuan San Jing Hua Yuan Fan Dian 로비로 뛰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서로의 젖은 얼굴을 보고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배가 고프다고 중얼거렸고, 우리는 젖은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잊은 채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비닐봉투 안에는 노란 망고 푸딩과 캔맥주, 그리고 이름 모를 대만 과자들이 달그락거리며 담겼다. 방 안의 서늘하고 정갈한 공기가 젖은 옷의 눅눅함을 천천히 지워내고 있었다.
숟가락 끝에 걸린 시시하고도 무거운 이야기들
"야, 너 진짜 다 젖었어. 거의 수영하고 온 수준인데?"
"말 마라. 지금 내 신발 속에서 작은 계곡이 생겼으니까."
우리는 낄낄거리며 망고 푸딩을 한 숟가락씩 떠먹었다. 혀끝에 닿는 감촉은 지나치게 차갑고 달콤했다. 그 강렬한 단맛이 뇌까지 전달되는 기분이 들어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만이 방 안을 채웠다.
"졸업하면 진짜 뭐 할 거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질문에 나는 푸딩 그릇만 내려다보았다. 졸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은 타이베이의 습기보다 더 무겁게 어깨를 눌렀다.
"글쎄. 일단 잠이나 실컷 자려고. 딱 여기서처럼."
"맞아, 여기 침대 진짜 편해. 그냥 계속 누워 있고 싶다. 우리 그냥 여기서 살면 안 될까?"
"돈이 어디 있어. 꿈 깨라."
우리는 거창한 미래를 설계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이 방의 쾌적함과 입안에 남은 망고의 잔향, 그리고 적당히 시원한 바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의 멍청한 실수나 길을 잃어 헤맸던 일 같은 무용한 것들이 대화의 중심이 되었다. 특별한 위로나 격려 같은 건 없었지만, 함께 푸딩을 먹으며 서로의 젖은 몰골을 비웃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억지로 힘을 낼 필요도, 대단한 깨달음을 얻을 필요도 없었다. 그저 이 낯선 도시의 작은 방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었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의 온기
푸딩 그릇이 비워지고 맥주 캔이 바닥을 드러내자, 방 안에는 다시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멈추고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He Yuan San Jing Hua Yuan Fan Dian의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가 몸을 포근하게 감쌌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간헐적인 빗소리가 들렸고,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오히려 방 안의 고요함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차례로 17층에 있는 대욕장으로 향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낮 동안의 피로와 눅눅함이 물결을 따라 씻겨 내려갔다. 피부에 닿는 물의 감촉은 비단처럼 부드러웠고, 온도는 적당했다. 탕 속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 내가 지금 타이베이의 한복판에 있는지, 아니면 아주 먼 곳에 와 있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경계가 느껴졌다. 그 경계 속에서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졌다. 욕장을 나와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먼저 잠든 친구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불을 끄고 그 옆에 누웠다. 6월의 밤은 길었고, 우리는 더 이상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도시의 불빛이 깜빡였고, 우리는 그대로 깊은 잠 속으로 고요해졌다.
- 편의점에서 파는 차가운 망고 푸딩과 캔맥주의 달콤쌉싸름한 조합을 추천한다.
- 일정을 마친 뒤 17층 대욕장에서 즐기는 반신욕은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는 필수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