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바닥에 길게 누운 금빛 직사각형의 각도
방 안으로 스며든 햇빛이 바닥 위에 옅은 금빛 직사각형을 그려놓고 있었다. 11월의 타이베이는 공기가 적당히 묵직했고, 창문을 아주 조금 열면 습기를 머금은 서늘한 바람이 밀려 들어와 하얀 커튼 끝을 나른하게 흔들었다. He Yuan San Jing Hua Yuan Fan Dian의 객실은 정갈함 그 자체였다.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가구의 선과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손끝에 닿을 때마다 마음속의 소음이 하나둘 고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침대 끝에 나란히 앉아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적조차 하나의 풍경이 되는 시간이었다.
"지금 나갈까?"
상대방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나는 대답 대신 시트의 고운 결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따라갔다. 옷장에서 두툼한 외투를 꺼내야 할지, 아니면 가벼운 가디건 하나면 충분할지 고민하는 그 찰나의 망설임이 좋았다.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사치스러운 여유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어디선가 호텔 1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올라온 듯한 희미한 마늘과 올리브유의 고소한 향기가 복도를 타고 들어와 코끝을 간지럽혔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거나, 혹은 천장의 정교한 무늬를 세며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 방의 온도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적당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굳이 무언가를 하러 나가지 않아도 이미 완성된 오후였다. 신발장 위에 나란히 놓인 운동화 두 켤레를 바라보며, 나는 우리의 보폭이 이토록 닮아 있다는 사실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밤 11시, 물기 어린 피부와 복도를 채운 깊은 정적
호텔 내 공용 욕탕에서 막 나온 직후였다. 뜨거운 물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고 있었을 때 느꼈던 묵직한 해방감이 피부 위에 얇은 막처럼 남아 있었다. 물기를 닦아내고 보들보들한 호텔 가운을 걸쳤을 때, 촉촉하게 젖은 피부에 닿는 천의 부드러운 감각이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왔다. 복도는 깊은 고요에 잠겨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구두 소리가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짧고 명징하게 울려 퍼졌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물 온도가 정말 딱 좋았어." 그 짧은 한마디가 그날 우리가 나눈 그 어떤 대화보다 더 정확하게 우리의 상태를 대변했다. 방에 들어와 조명을 낮추자,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베이의 야경이 흐릿한 빛의 덩어리가 되어 몽환적으로 펼쳐졌다. 충효동로의 소란스러운 소음은 두꺼운 유리창에 가로막혀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들려왔다.
작은 테이블 위에 따뜻한 차 두 잔을 놓았다. 컵을 쥔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가 혈관을 타고 천천히 퍼져 나갔다. 세라믹 컵의 온도는 급격히 뜨겁지 않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은근하게 유지되었다. 우리의 관계도 이 찻잔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타오르는 격정은 없더라도, 이 컵의 온도처럼 늘 곁에서 은은하게 온기를 나누는 것.
문득 상대방이 내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살짝 얹었다. 놀라지도, 그렇다고 과하게 기쁘지도 않았다. 그저 당연한 순서처럼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접촉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앉아 천천히 식어가는 차를 마셨다. 찻잔 속의 찻잎이 소리 없이 고요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느껴지는 밤이었다. 잠들기 전, 바스락거리는 침대 속으로 발을 밀어 넣었을 때 느껴지는 포근함이 온몸을 감쌌다. 내일은 무엇을 할지 정하지 않았지만, 그 불확실함이야말로 이 여행이 주는 가장 다정한 선물이었다.
창가에 놓인 찻잔 속에 달빛이 아주 조금 고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