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누워 있을까"
"밖은 너무 덥지 않아?" 그녀가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에어컨 리모컨을 눌렀다. 삑, 하는 기계음과 함께 서늘한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응, 정말 숨 막히는 더위야. 그냥 좀 누워 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하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Tai Zhong Yi Zhong Shi Shang Shang Lv의 빳빳한 시트가 땀에 젖은 피부에 닿는 순간, 쾌적한 냉기가 온몸을 감쌌다. 계획 같은 건 없었다.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팽팽한 긴장을 덜어내는 온도
7월의 타이중은 햇빛이 하얗게 타오른다. 눈이 시릴 정도로 쏟아지는 빛을 뚫고 호텔로 들어오는 길은 마치 뜨거운 오븐 속을 걷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방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공기의 밀도가 바뀌었다. 정돈된 현대적 공간이 주는 안도감, 그리고 은은하게 감도는 깨끗한 세탁 세제 향기가 마음을 진정시켰다. 빳빳하게 다려진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밖에서는 매미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지만, 이곳은 마치 진공 상태처럼 고요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었다.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의 열기를 천천히 앗아갔다. 이것은 마치 꽉 조여진 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푸는 일과 비슷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일상의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감각. 특별한 대화나 거창한 약속은 필요 없었다. 그저 이 온도, 이 습도,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면 충분했다.
잠시 후 밖으로 나서자 일중 상권의 활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거리에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달콤하고 짭조름한 길거리 간식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빨대로 빨아올린 차가운 밀크티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 비로소 내가 낯선 도시에 와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좋았던 것은, 걷다가 지치면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Tai Zhong Yi Zhong Shi Shang Shang Lv의 깨끗한 방이 근처에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로비에서 마주친 직원들의 친절한 미소는 덤이었다.
저녁에는 타이중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1903년에 세워졌다는 공원은 거대한 나무들이 만들어낸 짙은 초록색 그늘이 깊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정자를 바라보며 우리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은 무엇을 먹을지, 아침 식사 메뉴에 무엇이 나올지 같은 것들. 거창한 미래나 운명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런 건 너무 무겁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의 쾌적함과 적당한 피로감이 좋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밤공기는 낮보다 한결 부드러워졌고,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지 않았지만 나란히 걷는 발걸음만으로도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무용한 시간이 주는 즐거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이 주는 위로. 그것이 이번 여행의 전부였다.
창밖으로 희미한 도시의 불빛이 번지고, 우리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밤늦게 일중 상권의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 것을 추천해.
- 시간이 된다면 타이중 공원의 깊은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가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