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의 우리에게. 누가 먼저 길을 잃을지 내기했던 거 기억나? 결국 셋 다 미아가 되어 서로를 찾던 그 멍청하고도 유쾌한 소동 말이야. 2월의 서늘한 바람에 땀방울이 식어가던 그 묘한 해방감이 여전할까.
5년 뒤에도 마음 한구석에 조각처럼 남아있을 순간들
Tai Zhong Yi Zhong Shi Shang Shang Lv의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 하루 종일 일중 상권의 소란스러운 인파 속을 헤매다 돌아와 몸을 던졌을 때, 피부에 닿던 서늘하고 빳빳한 면의 감촉. "아,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탄식과 함께 들려오던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적당한 텐션의 매트리스가 지친 허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던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이번 여행이 완벽하게 성공적이었다는 무언의 합의에 도달했다.
손끝을 타고 심장까지 흐르던 길거리 음식의 온기: 2월의 공기는 생각보다 날카로워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이름 모를 노점에서 갓 건네받은 간식의 뜨거움은 얼어붙은 손가락 끝에서 시작해 심장까지 빠르게 전해졌다. 짭조름한 향과 기름진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거리의 소란스러운 소음마저 달콤한 배경음악처럼 느껴지던 찰나.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 온도와 간이 딱 적당했던 그 맛은 타이중의 기억을 완성하는 가장 강렬한 색채였다.
방 안을 유영하던 투명한 아침의 빛: 창틈으로 스며든 17도의 서늘한 공기와 물기를 머금은 듯 투명한 햇살이 침대 위로 쏟아지던 시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멍하니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거나 서로의 잠꼬대를 비웃으며 느릿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묘한 안도감이 옅은 안개처럼 방 안을 가득 채웠고, 그 정적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만해지는 경험을 했다.
무질서하게 엉킨 캐리어와 우리의 웃음소리: 세련된 인테리어의 Tai Zhong Yi Zhong Shi Shang Shang Lv 방 한구석, 성벽처럼 쌓인 쇼핑백과 굴러다니는 양말 한 짝의 불협화음. "우리 진짜 짐 꼴 좀 봐"라며 터뜨린 웃음소리가 현대적인 공간의 정적을 경쾌하게 깨뜨렸다. 정돈되지 않은 우리의 무질서함이 오히려 그 차가운 공간을 온전한 우리의 아지트로 만들었고, 그 어수선함 속에서 우리는 가장 가식 없는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며 크게 웃을 수 있었다.
5년 후, 이 기록의 봉인을 해제했을 때
우리는 호텔의 정확한 층수나 조식 메뉴는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월의 타이중이 가졌던 서늘한 습도와, 서로의 못난 점을 툭툭 내뱉으며 웃던 그 공기만큼은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빛바랜 사진 한 장이 트리거가 되어, 그때의 시시한 농담들이 다시 귓가에 환청처럼 들려올지도 모른다. 무용한 것들에 시간을 쏟으며 발견한 것은, 결국 서로의 곁이 가장 안온한 안식처라는 단순한 진실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여행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탁자 위에 덩그러니 남은 반쯤 빈 생수병과 흩어진 영수증들.
- 일중 상권의 좁은 골목을 정처 없이 걷다 가장 향기로운 노점에 멈춰 서기.
- 체크아웃 전, 투명한 아침 햇살이 방 안 깊숙이 스며드는 찰나를 가만히 기다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