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타이중은 공기 속에 눅눅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하얀 오동나무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어깨 위로 가볍게 내려앉을 때, 그 서늘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마치 잊고 있던 다정한 안부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 길을 따라 올라갔다. 정말 여기로 가는 게 맞느냐고 묻는 당신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안과 기대가 섞여 있었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다는, 혹은 당신과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이미 도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무언의 긍정이었다. 타이핑구의 고요한 산자락 끝에서 마주한 Wei Xiao De Jia ( Min Su )는 화려한 로비나 정형화된 환대 대신, 낮게 둘러쳐진 울타리와 주인장의 온기 어린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 리모델링한 별장 특유의 은은한 나무 향과 오래된 시간이 겹쳐진 공간 속에서, 나는 빳빳하게 잘 말려진 면 시트의 서늘함 속으로 몸을 던졌다. 피부에 닿는 그 쾌적한 촉감은 도시의 소음과 긴장을 단숨에 씻어내 주었다. 당신은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발아래로 펼쳐진 타이중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지만, 소란스러운 도시의 숨소리는 여기까지 닿지 않았다. 시내에서 차로 30분, 그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안도감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숨소리에 더 깊이 집중할 수 있었다. 근처 이름 모를 작은 가게에서 산 간식의 달콤한 끝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흙과 햇살의 정직함이 담긴 그 맛은, 자극적인 도시의 맛에 지친 마음을 천천히 달래주었다. 밤이 깊어 거실 창가에 나란히 앉아 타이중 시내의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쏟아진 보석 같기도 하고 누군가 실수로 쏟아버린 물감 같기도 한 야경을 배경으로, 나쁘지 않네라고 읊조리는 당신의 낮은 목소리가 공기 중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굳이 더 많은 말을 보탤 필요는 없었다. 정원에서는 젖은 흙냄새와 싱그러운 풀냄새가 섞여 났고, 24도의 포근한 기온은 우리의 보폭을 한결 느긋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리듬을 완전히 알지 못했지만, 그 서툰 간격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마치 덜 마른 수채화 물감이 천천히 번져나가듯, 우리의 시간도 이곳의 속도에 맞춰 느릿하게 물들어갔다. 60퍼센트의 힘만 쓰며 머무는 여행,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려 애쓰지 않고 그저 누워 있고, 바라보고, 가끔 웃는 것. 그런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진짜 선물임을 깨달았다. 다음 날 아침, 정원에서 마신 공기는 차갑지 않고 포근했다. 체크아웃을 하며 다시 본 Wei Xiao De Jia ( Min Su )의 풍경은 여전히 평온했고, 나는 이 적당한 온도가 그리워질 때쯤 반드시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렇게 4월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이 다 괜찮았다. 젖은 신발 끝과 눅눅한 바람, 그리고 당신의 낮은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적당했다.
- 4월의 오동나무 꽃잎이 흩날리는 타이핑구의 산길을 따라 느릿하게 드라이브해 보세요.
- 밤이 되면 거실 창가에 앉아 타이중 시내의 야경을 배경으로 낮은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