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타이중 역에 내리자마자 습기가 눅눅한 솜이불처럼 어깨를 짓눌렀다. 숨을 쉴 때마다 끈적이는 공기가 폐 속 깊숙이 밀려 들어왔다. 누가 가장 늦게 도착할지 내기를 했지만, 결과는 셋 다 늦었다는 허탈한 결말. 우리는 서로의 땀 젖은 티셔츠를 보며 바보처럼 낄낄거렸다.
망고 빙수의 노란 시럽이 입술 끝에 끈적하게 남았다.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이 닿는 찰나, 우리는 그 차가운 얼음 덩어리를 신처럼 숭배했다.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빙수의 속도보다, 서로의 단점을 깎아내리는 농담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그저 달았다. 그 정도로 충분한 오후였다.
"너 진짜 올드스쿨하다." 누군가 툭 던진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old school行旅였다. 세련된 현대적 감각 속에 타이중의 예술적 요소가 스며든 공간. 우리의 구식 취향과 이 호텔의 이름이 절묘하게 맞물리는 순간, 묘한 소속감이 느껴졌다.
졸업장 이야기를 꺼냈다. 이 종이 쪼가리가 훗날 컵받침으로 쓰일지도 모른다는 농담에 우리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공의 무용함에 대해 논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가장 진실해졌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해방감에 가벼운 건배를 올렸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정성스레 준비된 따뜻한 차 한 잔이 우리를 맞았다. 찻잎의 은은한 흙 내음이 에어컨의 서늘한 공기와 섞여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건네받은 온기. 작은 찻잔의 묵직한 무게가 마음의 빈틈을 다정하게 채웠다.
군더더기 없는 현대적인 객실. 창밖으로는 낮은 산의 능선이 보였고, 방 안은 절제된 미학으로 가득했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 위로 몸을 던졌다. 침대는 마치 지상으로 내려온 구름 같았다. 이 쾌적함 속에 파묻혀 있다면,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타이중 공원을 걷던 중 예고 없이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산도 없이 우리는 순식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신발은 무거운 스펀지처럼 변했고, 빗줄기가 시야를 가렸다. 하지만 젖은 옷이 몸에 감기는 그 무거움마저 웃음거리로 만드는, 그런 낭만적인 오후였다.
다시 돌아온 방,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나니 비로소 평온이 찾아왔다. 창밖의 6월 숲은 빗물에 씻겨 더욱 짙은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눅눅했던 피부가 보송하게 마르는 감각. 내일의 계획은 없었지만, 그 무계획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설계였다.
현관 한구석에서 젖은 운동화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 old school行旅의 웰컴 티를 마시며 멍하니 산 전망 감상하기
- 비 오는 날의 타이중 공원을 걷고 돌아와 푹신한 침대에 파묻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