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터기에서 빵이 툭, 하고 튀어 오르는 경쾌한 소리에 둘째가 깜짝 놀라 포크를 떨어뜨렸다. 챙그랑,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식당의 정적을 깨뜨렸지만,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10월의 타이중 아침 공기는 눅눅함 없이 보송했다. 창틈으로 스며든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칠 때마다 기분 좋은 서늘함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접시 위에 딸기잼을 엉망으로 펴 바르며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첫째는 우유 컵 테두리에 묻은 하얀 자국을 손가락으로 훑어 먹으며 나를 보고 배시시 웃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그저 바삭하게 씹히는 빵 소리와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이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을 뿐이었다. 갓 구운 빵의 뜨거운 온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질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억지로 힘내서 하루를 시작하라는 응원보다, 이렇게 함께 따뜻한 빵을 나누는 고요한 시간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의 입가에 묻은 붉은 잼과 창가로 쏟아지는 황금빛 햇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아침이었다.
14:00, 나른함이 내려앉은 객실
추홍곡의 하강 녹지를 따라 끝없이 걷다 돌아온 길이었다. 방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우리가 묵고 있는 슈페리어 더블룸의 현대적인 공간은 네 사람이 눕기에 아주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적당한 밀도가 가족의 온기를 더 가깝게 느끼게 해주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낮은 산등성이의 능선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에어컨이 내뿜는 서늘한 바람이 땀에 젖은 뒷덜미를 식혀주자,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탁 풀렸다.
첫째는 바스락거리는 흰색 시트의 감촉이 좋다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렸고, 나는 그 옆에 누워 천장의 정갈한 무늬를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여행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명한 명소를 정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묵직한 면 담요가 어깨를 지그시 누르는 느낌은 마치 누군가 나를 다독여주는 손길 같았다. 내 팔을 베개 삼아 잠든 둘째의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천천히, 그리고 평온하게 채워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누워 있는 이 무용한 시간이 이토록 쾌적하고 달콤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감이 밀려왔다.
19:00, 온기가 흐르는 2층 공유 공간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2층 공유 공간에 올랐다. 이곳은 old school行旅가 지향하는 '봉차'의 문화가 은은하게 스며 있는 곳이었다. 찻잔에 뜨거운 물이 쪼르르 담기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고, 로씨추수이 차의 깊고 그윽한 향이 코끝에 머물며 마음의 소란을 잠재웠다. 아이들은 준비된 간식 바구니 앞에서 어떤 과자를 먼저 집을지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둘째는 처음 맛본 차의 쌉싸름함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내 달콤한 과자 하나를 입에 넣고는 금세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리는 한참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내일의 계획을 세우는 대신, 서로의 눈을 맞추며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우리 사이의 공기를 몽글몽글하게 만들었고,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찻잔의 온기는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전달되었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나 자극적인 볼거리보다, 이 작은 공간에서 나누는 미지근한 차 한 잔과 소소한 웃음소리가 이번 여행의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22:00, 오직 우리만 남은 깊은 밤
아이들의 숨소리가 깊어지고 방 안에는 낮은 스탠드 조명 하나만이 은은한 노란빛을 뿌리고 있었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온전한 어른들의 시간이었다. 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오늘 찍은 사진들을 천천히 넘겨보았다. 흙탕물을 튀기며 천진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old school行旅 로비에서 수줍지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던 직원들의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린 씨와 쉬 씨라는 이름의 직원들이 보여준 세심한 배려는 과하지 않아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몸을 뉘이자 이곳의 자랑이라는 두툼하고 폭신한 베개가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구름 위에 누운 듯한 안락함에 몸의 모든 근육이 이완되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을 때, 내일은 어디로 갈지 혹은 어디에도 가지 않고 이 포근함 속에 계속 머물지 고민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이곳의 정적은 나를 외롭게 만드는 고립이 아니라, 흩어졌던 나를 다시 모아주는 온전한 휴식이었다. 무용한 시간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두툼한 시트 속에 몸을 묻으니, 딱 적당한 온도의 밤이었다.
- 2층 공유 공간의 차와 간식을 활용해 아이들과 느긋한 대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 추홍곡 생태공원의 하강 녹지 산책로는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적당하니 가벼운 운동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