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펑자 야시장행 셔틀버스 앞에서 누가 먼저 탈지 유치하게 내기하던 기억나? 매캐한 매연 냄새와 눅눅한 공기 속에서도 우리는 그저 낄낄거렸지. 그때 우리가 나누던 실없는 대화들이 여전히 귓가에 선명해. 5년 후에도 우린 여전히 이렇게 쓸데없는 일로 웃고 있겠지?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떠오를 네 가지 조각
Mi La Shang Wu Lv Dian의 정직한 아침 식탁. 화려한 뷔페는 아니었지만,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과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계란 요리의 온기가 마음을 데워주었다. "야, 잼을 얼마나 바른 거야!" 친구의 빵이 뭉개진 순간 터져 나온 웃음소리가 식당의 정적을 깨뜨렸고, 그 투박한 정성이 오히려 낯선 도시에서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살결을 간지럽히던 3월의 미지근한 바람. 외투를 입을지 말지 고민하며 문을 나섰을 때, 덥지도 춥지도 않은 20도의 공기가 포근하게 몸을 감쌌다. 타이중의 봄은 서두르지 않는 느긋한 산책자 같았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이 연분홍빛 파도처럼 흔들리던 풍경이 좋았다. "그냥 걷기만 해도 충분해"라고 중얼거리며 우리는 서로의 엉성한 옷차림을 비웃으며 걸었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감촉. 하루 종일 걷느라 발바닥이 화끈거릴 때, Mi La Shang Wu Lv Dian의 서늘한 면 시트 속으로 몸을 던졌던 그 해방감. 빳빳한 천이 피부에 닿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의 은은한 조명이 마음을 고요해지혔다. 천장을 보며 오늘 본 것들을 툭툭 내뱉던 그 적당한 거리감은, 마치 각자의 작은 섬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평온한 휴식 같았다.
초록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었던 오후. 지도를 믿었지만 결국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덕분에 사람 없는 작은 나무 벤치를 발견했다. 나뭇잎 사이로 조각조각 부서져 내리던 3월의 투명한 햇살과 눅눅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계획이 어긋난 순간 비로소 시작된 진짜 여행, 그 멍한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누린 가장 사치스러운 호사였다.
5년 뒤, 이 기억의 봉인을 해제한다면
아마 우리는 어디를 갔는지보다 누구의 옆모습을 보고 있었는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거리 가득 울려 퍼지던 마조 행렬의 웅장한 북소리와 228 연휴의 북적이는 인파는 희미한 잔상으로 남겠지만, 체크아웃하며 나누었던 "다음에 또 오자"는 무심한 약속과 아침마다 멍한 표정으로 마주했던 서로의 얼굴은 선명한 색채로 남을 것 같다.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편집되겠지만, 이 여행의 조각들만큼은 정직하게 남겨두고 싶다. 대단한 성취나 깨달음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좋은 곳에서 자고, 맛있는 것을 먹고, 서로의 못난 점을 확인하며 낄낄거렸을 뿐이다. 지도 위에 쏟은 커피가 갈색 얼룩으로 번져버린 것처럼, 조금은 엉망이었기에 더 애틋했던 시간들. 무용한 순간들이 모여 결국 삶을 지탱하는 가장 유용한 기억이 된다는 것을, 그때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관 앞에 놓인, 타이중의 붉은 흙이 살짝 묻은 운동화 한 켤레.
- 펑자 야시장행 셔틀버스를 이용해 걷는 수고를 덜고 야시장의 활기에 집중할 것.
- 오전의 타이중 식물원을 방문해 3월의 투명한 빛이 머무는 숲길을 걸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