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타이중은 건조한 공기가 피부를 매끄럽게 감싸는 계절이었다. 17도의 미지근한 햇살은 얇은 외투 너머로 기분 좋게 스며들었고, 거리에는 오토바이들의 날카로운 엔진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이 둘을 데리고 공자묘 근처를 걷는 길, 첫째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앞서 나갔고 둘째는 내 옷자락을 잡았다 놓았다 하며 작은 보폭으로 따라왔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겨울꽃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마다 아이들은 걸음을 멈추고 꽃잎의 보드라운 촉감을 탐색했다. 운동화 끈이 풀린 줄도 모르고 폴짝거리며 걷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이 무질서한 보폭이 주는 해방감에 젖어 들었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좋았다. 그저 아이들이 안전하게 소란을 피울 수 있는 이 낯선 거리의 온도가 충분히 다정했으니까.
소음의 파도가 잦아드는 경계
Mi La Shang Wu Lv Dian의 묵직한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세상의 볼륨이 갑자기 낮아지는 마법 같은 경험을 했다. 거리의 소란함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툭 끊겼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뺨을 스치며 달궈진 피부를 식혀주었다. 로비의 공기는 은은한 레몬 향과 함께 낮게 깔린 조명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낮은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고, 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에 닿는 규칙적인 소리만이 정적을 메웠다. 밖에서의 소음이 거친 '외침'이었다면, 이곳의 소리는 다정한 '속삭임'에 가까웠다. 짐을 옮기는 카트의 바퀴 소리가 복도를 따라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나는 비로소 도시라는 전쟁터에서 벗어나 안전한 요새로 진입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우리 가족만의 아늑한 성채
객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 들어갔다. 2013년에 리모델링되었다는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에서는 갓 세탁한 면의 청량한 냄새가 났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호텔이 아니라 거대한 탐험지였다. 둘째는 침대 위로 몸을 던져 푹신한 매트리스의 탄성을 즐겼고, 첫째는 창가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듯 눈을 빛냈다. 아이들은 호텔에 비치된 메모지를 가져와 정체 모를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보물섬이고, 여기는 무시무시한 용의 굴이야!"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벽에 부딪혀 포근하게 되돌아왔다. 나는 그 소란을 기분 좋은 배경음악 삼아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 시간,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낯선 도시의 낯선 방이었지만, 이곳은 금세 우리 가족의 체온과 웃음소리로 촘촘하게 채워졌다. 쾌적한 온도와 적당한 조도,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소음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생각보다 훨씬 포근한 우리만의 성채였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둔 거리감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타이중의 거리는 아까 걸었던 그 길이었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두꺼운 유리창은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는 투명한 방패가 되어, 세상과 나 사이에 적절한 거리감을 만들어주었다. 1월의 낮은 생각보다 빨리 저물어갔고, 하늘이 옅은 보라색과 오렌지색으로 물드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어느새 지쳤는지 침대 한가운데서 서로 엉킨 채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방금까지 보물섬을 누비던 탐험가들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유명한 명소를 방문하는 것보다, 이렇게 안전한 요새 안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여행의 진짜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이 정적의 시간이 꽤 좋았다.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꼭 쥔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따뜻한 죽과 절인 겨울무의 담백한 조화를 추천한다.
- 펑지아 야시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타이중의 밤을 편하게 만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