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의 우리에게. 그때도 지금처럼 별일 없이, 그냥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타이중의 11월은 적당히 서늘했고, 우리는 적당히 게으른 여행을 했지. 그 기억이 아직 유효하길 바라며.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남아있을 네 가지의 조각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생선죽과 요우티아오. 아침 8시, 호텔 1층 조식 뷔페의 공기는 눅눅하면서도 포근했다. 갓 쪄낸 고구마의 달큰한 향과 짭조름한 동취안 고추장의 풍미가 어우러진 접시, 그리고 뜨거운 생선죽에 바삭한 요우티아오를 적셔 먹을 때의 그 오묘한 식감이 기억난다. "이게 진짜 타이중의 맛이지"라며 웃던 너의 표정과 함께, 아몬드 티의 은은한 달콤함이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웠다.
14층 높이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정교한 회로도. Zhang Rong Gui Guan Jiu Dian ( Tai Zhong )의 객실은 고전적인 우아함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은은한 노란빛 조명이 방 안을 감싸고, 빳빳하게 잘 펴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몸을 묵직하게 눌러주는 이불의 무게감이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특히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창밖을 볼 때, 타이중 시내가 마치 거대한 회로도처럼 펼쳐지던 그 찰나의 시각적 쾌감이 잊히지 않는다. 물 온도와 바깥의 찬 공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침묵의 쾌적함을 공유했다.
가을홍곡의 붉은 잎사귀와 고요해지은 지형의 생경함. 호텔을 나서 조금 걷다 마주한 가을홍곡 생태공원은 마치 다른 차원으로 내려가는 입구 같았다. 땅 아래로 푹 꺼진 하향식 녹지 설계 덕분에, 11월의 투명한 햇살 아래 붉게 물든 나무들이 파란 하늘과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젖은 흙내음과 알싸한 가을바람이 섞여 코끝을 스쳤고, "여기 정말 신기하다"라고 중얼거리며 우리는 목적지 없이 그저 바람이 부는 대로, 잎사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의 고요함을 깨뜨린 닌텐도 스위치의 버튼 소리. 묵직한 카펫이 발소리를 집어삼키는 고풍스러운 로비에서,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 게임에 열중하는 풍경은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해 정장 차림의 투숙객 옆에서 조이스틱을 붙잡고 유치한 승부를 겨뤘다. 지는 사람이 편의점 간식을 사기로 한 내기에서 결국 모두가 졌다는 허탈한 결론이 났을 때, 격식보다 소란함이 주는 즐거움이 우리 사이의 긴장을 완전히 풀어주었다.
5년 뒤, 이 기록의 봉인을 다시 풀 때면
아마 호텔의 정확한 방 번호나 체크인 시간 같은 건 모두 휘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침마다 코끝을 스치던 생선죽의 냄새와, 실내 수영장의 옅은 소독약 향, 그리고 11월의 타이중 거리를 걸을 때 느껴지던 그 적당한 온도는 기억날 것 같다. 우리는 대단한 무언가를 찾으러 떠났지만, 결국 남는 건 가장 사소하고 무용한 순간들이었다. 그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의 여행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5년 뒤의 우리는 더 깊이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Zhang Rong Gui Guan Jiu Dian ( Tai Zhong )은 우리에게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밖에서 맞은 서늘한 가을바람을 잠시 잊게 해준 두툼하고 포근한 외투 같은 곳이었다.
하얀 시트 위에 나란히 놓인 세 켤레의 슬리퍼.
- 조식 뷔페에서 동취안 고추장을 곁들인 현지 채소 요리를 꼭 경험해 볼 것.
- 가을홍곡 생태공원의 하향식 산책로를 따라 목적 없이 천천히 걸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