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기로 오길 잘했어?"
"정말 여기로 오길 잘했어?" 그녀가 캐리어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빳빳한 침대 끝에 걸터앉아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방 안에는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감돌았고, 창밖으로는 타이중의 오후가 나른하게 흐르고 있었다. "글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내 대답은 늘 그렇듯 건조했지만, 그녀는 내 입가에 걸린 작은 미소를 읽어냈는지 살짝 웃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적당한 거리와 느슨한 매듭
1월의 타이중은 공기가 투명했다. 습기가 가신 도시는 쾌적했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은 피부를 보드랍게 데웠다. Zhang Rong Gui Guan Jiu Dian ( Tai Zhong )의 객실은 생각보다 넓어, 서로의 숨소리가 방 전체를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되는 적당한 거리감이 있었다. 그 여백이 주는 안도감은 우리 사이의 팽팽했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넓은 공간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더 집중하게 만들었고, 함께 있지만 각자의 고독을 존중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평온함을 선사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았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 때, 하루 종일 굳어 있던 어깨의 매듭이 천천히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꽉 조여진 스카프를 풀어헤칠 때처럼, 몸의 긴장이 물결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그녀의 발가락이 내 발등에 살짝 닿았을 때, 우리는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속에서 느껴지는 부력은 세상의 모든 무게로부터 우리를 잠시 분리해 주었다.
실내 수영장의 푸른 물결이 주는 정적인 평온함과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서늘하면서도 포근한 촉감은 이곳에서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밤이 되면 도시의 불빛이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고, 우리는 그 빛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누웠다. 책장을 넘기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간헐적으로 들리는 시계 초침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그 정적이 어색하지 않은 관계라는 사실이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뷔페에서 마주한 음식들은 정직하고 따뜻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선 죽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식지도 않아 마치 우리 사이의 적당한 거리 같았다. 바삭하게 씹히는 요우티아오와 달큰한 아몬드 티, 그리고 타이중의 동취안 고추장으로 간을 맞춘 요리들이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웠다. 접시 위에 놓인 노란 옥수수순과 고소한 땅콩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고, 갓 짜낸 고소한 미장의 풍미가 입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우리는 그 소박한 풍요로움 속에서 비로소 완전한 휴식을 느꼈으며, 함께 나누는 식사가 단순한 끼니가 아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의식처럼 다가왔다.
햇살이 부서지는 하얀 시트 위로 우리의 그림자가 나란히 겹쳐졌다.
- 고층 객실을 선택해 봐.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소음이 생각보다 다정하게 들릴 거야.
- 조식의 아몬드 티와 요우티아오 조합은 꼭 먹어봐. 생각보다 꽤 괜찮은 아침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