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의 8월은 공기 자체가 거대한 물방울처럼 무거웠다.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습도는 숨을 쉴 때마다 눅눅한 무게감을 더했고, 낮 동안 달궈진 아스팔트의 열기는 밤이 되어도 식지 않은 채 도시의 피부 위에 얇게 깔려 있었다. 우리는 Zhang Rong Gui Guan Jiu Dian ( Tai Zhong )의 웅장한 로비를 지나 객실로 들어서자마자, 마치 구원이라도 만난 듯 서늘한 에어컨 바람 아래로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에서 풍기는 은은한 세제 향과 정갈하게 정돈된 가구들이 주는 안락함에 취해 잠시 잊고 있었지만, 새벽 1시 무렵 정적을 깬 것은 누군가의 낮은 신음 섞인 한마디였다. "배고파."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슬리퍼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훅 끼쳐오는 후끈한 밤공기가 우리를 감쌌고, 우리는 네온사인이 명멸하는 거리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비닐봉지 속에 담긴 현지 간식들과 얼음이 짤랑거리는 차가운 음료수. 5성급 호텔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순간 우리에게는 그 어떤 만찬보다 절실한 전리품들이었다.
바삭한 튀김과 눅눅한 수다
"야, 너 아까 국립 자연과학 박물관에서 공룡 뼈 보고 진짜 신나더라. 거의 초등학생인 줄 알았어."
침대 위에 대충 펼쳐놓은 비닐봉지에서 갓 튀겨낸 닭튀김과 진한 밀크티가 쏟아져 나왔다. 기름진 고소한 냄새가 정갈한 객실의 공기와 섞이며 묘한 해방감을 만들어냈다. Zhang Rong Gui Guan Jiu Dian ( Tai Zhong )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해서, 침대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도 전혀 답답함이 없었다.
"뭐 어때, 진짜 좋았잖아. 근데 이 호텔 침대 진짜 미쳤다. 여기서 그냥 계속 자고 싶어. 여행이고 뭐고 그냥 눕방만 해도 충분할 것 같아."
"그러니까. 너 아까부터 계속 그 말만 하네. 근데 우리 내기한 거 기억나? 이번 여행에서 누가 제일 먼저 짐 잃어버릴지. 결과적으로 아무도 안 잃어버렸으니까 무효지?"
"무효는 무슨! 너 아까 여권 어디 뒀는지 몰라서 5분 동안 멘붕 왔었잖아. 그거 잃어버린 거나 다름없어."
"그건 그냥 잠시 잊은 거지! 잃어버린 게 아니라고. 억지 부리지 마."
우리는 서로를 티격태격 놀리며 튀김을 씹었다. 입안에서 바삭하게 터지는 식감 뒤로 짭조름한 육즙이 퍼졌고, 차가운 밀크티의 달콤함이 그 뒤를 부드럽게 감쌌다. 화려한 코스 요리는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좁은 공간에 밀착해 나누는 이 맛은 여행의 어떤 풍경보다 선명하게 기억될 것 같았다. 우리는 호텔 내 실내 수영장이나 헬스장 같은 부대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을 잠시 아쉬워했지만, 결국 이렇게 누워 수다 떠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소란이 잦아든 자리의 온도
음식이 바닥나고 대화의 밀도도 서서히 낮아졌다. 기름기가 묻은 냅킨 몇 장이 협탁 위에 흩어져 있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깊숙이 누웠다. 천장의 은은한 조명이 방 안을 부드러운 호박색으로 채우고 있을 때, 밖에서는 갑작스러운 8월의 소나기가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빗소리가 마치 도시가 보내는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에어컨은 여전히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며 우리 주변의 공기를 보송하게 식혔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깊은 안도감이었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쓸 필요 없이,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안전하고 포근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눅눅했던 하루의 끝이 보송보송한 시트의 감촉과 빗소리의 리듬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아니, 사실은 꽤 완벽했다. 우리는 그렇게 빗소리를 이불 삼아 천천히 잠 속으로 고요해졌다.
빗소리가 잦아든 창밖으로 타이중의 새벽이 천천히 밝아오고 있었다.
-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파는 대만식 닭튀김과 펄 밀크티 조합을 추천한다.
- 비가 오는 밤, 객실의 하얀 시트 속에 파묻혀 창밖의 빗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져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