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5월의 대만을 추천했는가"
"야, 너네 꼴 좀 봐. 진짜 물에 빠진 생쥐들이 따로 없네!"
"말 좀 예쁘게 해! 누가 5월의 대만을 추천했냐고. 습도 78%가 그냥 숫자인 줄 알았어?"
"내가 했지. 근데 이건 그냥 습한 게 아니라 피부에 끈적한 투명 필름을 한 겹 바른 기분이야. 묘하게 불쾌하고 눅눅해."
"내 운동화는 이미 수중전 수준이야. 펑자 야시장까지 걸어오면서 신발 속에 작은 바다 하나를 창조했을걸. 발가락 사이로 물이 찰랑거려."
우리는 서로의 젖은 머리카락과 눅눅해진 티셔츠를 보며 낄낄거렸다. 누군가는 신발을 툭툭 털어냈고, 누군가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었지만,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엉망진창인 모습으로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에어컨의 서늘한 공기를 깊게 들이켰다.
소음의 바깥, 정적의 요새
Feng Yi Feng Jia Shang Lv la vida hotel의 묵직한 문이 닫히는 순간, 야시장의 소란스러운 경적과 끈적이는 열기가 거짓말처럼 단절되었다. 대리석 바닥의 서늘함과 복도에 깔린 현대적인 감각의 카펫이 발끝에 닿자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왔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온도 조절기가 뱉어내는 서늘한 바람이 피부 위의 습기를 빠르게 걷어갔다.
시선이 머문 곳은 커다란 통창이었다. 비록 잠겨 있어 나갈 수는 없었지만, 유리창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오히려 아늑함을 더했다. 작은 소파와 테이블 세트가 놓인 공간은 우리만의 작은 아지트 같았다. 몸을 던진 매트리스는 적당한 탄성으로 몸의 곡선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넉넉하게 준비된 베개들은 구름 위에 누운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욕실의 매끄러운 타일 위로 따뜻한 물을 채우자, 찰랑이는 물소리가 마음의 소음까지 씻어내리는 기분이었다. 샴푸의 은은한 향기가 수증기와 섞여 공간을 채웠고, 피부에 닿는 온수는 낮 동안의 피로를 녹여냈다. 이곳은 무거운 공기가 흐르는 도시 속에서 발견한, 가장 쾌적하고 고요한 섬이었다. 굳이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보지 않아도 충분했다. 헬스장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운동화는 이미 젖어버렸고 내 의지는 침대 시트 속에 파묻혔다. 무용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새벽 두 시, 낮은 숨소리의 대화
"야, 내일 진짜 반딧불이 보러 갈 거야?"
"글쎄. 그냥 여기서 더 뒹굴거리고 싶은데. 굳이 그 먼 곳까지 가야 할까."
"나도. 사실 유명하다는 명소들, 사진으로 보면 다 비슷비슷하잖아."
"맞아. 여행 와서 꼭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제일 피곤해. 그냥 이렇게 누워서 헛소리 하는 게 진짜 여행 같아."
방의 불을 끄자 창틈으로 스며든 도시의 희미한 빛이 천장에 길게 누웠다. 낮의 소란함은 사라지고, 대신 낮고 느릿한 진심들이 빈 공간을 채웠다. 우리는 내일의 계획 대신, 오늘 야시장에서 먹었던 닭꼬치의 불향과 짭조름한 소스 맛에 대해 한참을 토론했다. 지극히 무용하지만 가장 다정한 기억들.
"근데 여기 침대 진짜 좋다. 집에 가기 싫어."
"말해 뭐해. 나 지금 침대랑 물아일체 됐어."
"그냥 우리 내일도 여기서 뒹굴거리면 안 될까?"
"안 될 건 없지. 누가 우리를 끌어내겠어."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게으름을 긍정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밖에서는 아마 또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우리는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요새 안에 있었으니까.
젖은 수건이 건조대 위에서 느릿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 펑자 야시장의 소란함에 지쳤을 때, 넓은 욕조에서 TV를 보며 반신욕 즐기기
- 체크아웃 직전, 포근한 침대에서 아무런 계획 없이 30분만 더 뒹굴거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