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기억나? 1월의 타이중은 생각보다 건조했고, 공기는 적당히 차가웠지. 우리는 계속 투덜거렸지만, 사실은 그 모든 순간이 꽤 괜찮았다는 걸 너희도 알고 있을 거야.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남을 네 가지 조각들
회전하는 자동차 엘리베이터의 기묘한 당혹감. 차가 엘리베이터에 실려 내려가는데 차체와 함께 세상이 천천히 회전하던 그 낯선 감각. 쇠 냄새 섞인 서늘한 공기 속에서 우리 셋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거 진짜 맞는 거야?"라고 물었지. 기계적인 소음과 함께 방향이 바뀌던 그 짧은 찰나의 어리둥절함이 오히려 우리를 웃게 만들었어.
Feng Yi Feng Jia Shang Lv la vida hotel의 넓은 품과 욕조의 온기.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빳빳하고 포근한 흰 시트 위로 다이빙했지. 특히 욕실 안에서 TV를 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었던 그 사소한 사치가 압권이었어. 몽글몽글한 비누 거품과 따뜻한 수증기가 온몸을 감쌀 때,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며 내뱉은 긴 한숨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해.
네온사인의 강물을 따라 걷던 7분의 산책. 호텔 문을 나서면 17도의 서늘한 공기가 뺨을 스치고, 조금만 걸으면 펑자 야시장의 원색적인 빛들이 쏟아져 나왔어. 차가운 바람 끝에 섞여 오던 고소한 튀김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고요한 호텔이라는 섬을 떠나 소란스러운 도시의 강물로 뛰어들던 그 경계선의 설렘이 참 좋았지.
냉장고 속 알루미늄 캔이 내던 청량한 소리. 야시장에서 배부르게 먹고 돌아와 눅눅해진 몸을 씻어낸 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음료를 땄을 때의 그 '치익-' 하는 소리. 손끝에 닿던 차가운 응결수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한 탄산의 감각. 그 소박한 마무리가 그날의 모든 피로를 씻어내 준 완벽한 마침표였어.
5년 뒤, 이 기록의 봉인을 풀 때면
아마 우리는 그때 우리가 왜 그렇게 쓸데없는 일로 내기를 했는지, 어떤 사소한 말다툼을 했는지는 전부 잊어버렸을 거야. 하지만 Feng Yi Feng Jia Shang Lv la vida hotel의 넓은 바닥에 널브러져 천장의 조명을 보며 나누었던 그 무용한 대화들은 문득 떠오르겠지. 1월의 타이중은 햇살이 투명했고, 우리는 딱 그만큼만 가벼웠으니까.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일정들이 오히려 우리를 더 자유롭게 만들었다는 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될 것 같아.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이 모여 결국 가장 기억하고 싶은 장면이 된다는 것. 그 뻔한 진리를 우리는 그곳의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서 함께 확인했지.
겨울 햇살이 내려앉은 하얀 베개 위에 머물던 오후.
- 차량 엘리베이터는 이용 전 미리 예약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 펑자 야시장에서 먹거리를 잔뜩 사 와서 객실의 넓은 테이블에서 나눠 먹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