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타이중은 눅눅한 한기를 품고 있었다. 기온은 17도, 겉옷 깃을 바짝 세워도 목덜미를 파고드는 쌀쌀한 바람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낮게 내려앉은 안개가 도시의 윤곽을 흐릿하게 지운 밤, 우리는 Tai Zhong Ai Lian Lv Dian taichung amour hotel의 소박하고 질박한 객실에 짐을 풀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주는 묘한 위화감에 낄낄거리던 것도 잠시, 로비의 은은한 조명이 풍기는 몽환적인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정적을 깬 건 누군가의 꼬르륵 소리였다. 우리는 홀린 듯 다시 거리로 나섰다. 편의점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서, 그리고 야시장의 기름진 냄새가 진동하는 골목 속에서 비닐봉지가 손가락을 파고들 만큼 이것저것 집어넣었다. 묵직한 봉투의 무게가 오히려 안심이 되는, 무언가로 가득 찼다는 충만함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충분했다.
튀김 가루와 함께 씹어 넘긴 진심
"야, 너 아까 슬라이드 탈 때 표정 봤어? 거의 비명 지르던데."
지파이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친구가 낄낄거렸다.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객실의 공기를 빠르게 채웠고, 지파이의 바삭한 껍질이 입안에서 경쾌하게 터지며 진한 육즙이 밀려왔다.
"시끄러워. 그건 비명이 아니라 스릴에 대한 정직한 반응이었어."
나는 젓가락으로 바삭한 튀김 가루를 툭툭 털어냈다. 침대 위에 신문지를 넓게 펴고 펼쳐놓은 야식들은 마치 우리만의 작은 성찬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가리키며 한참을 웃었다.
"근데 여기 이름 진짜 웃기지 않냐? Tai Zhong Ai Lian Lv Dian taichung amour hotel. 사랑이라니, 우리 셋이 여기서 자는 게 무슨 사랑이야."
"그게 포인트지.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우리가 사랑 호텔에 있다는 반전."
"말장난 그만하고 이것 좀 먹어봐. 이 버블티 당도가 딱 적당해."
우리는 짭짤한 튀김과 달콤한 버블티를 번갈아 맛보며, 낮에 겪은 사소한 실패들을 공유했다. 길을 잃어 헤맸던 시간, 기대보다 덜 맛있었던 빵집, 그리고 2월의 쌀쌀한 바람에 빨갛게 익었던 코끝. 대단한 깨달음이나 감동은 없었다. 그저 서로의 못난 점을 확인하고 툭툭 내뱉는 말들이 오갔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놀리며 밤을 갉아먹었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음식 찌꺼기가 남은 접시들을 치우자, 방 안에는 눅눅한 기름 냄새와 낮은 웃음소리만 잔향처럼 남았다.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자, 후기에서 보았던 대로 강한 수압의 뜨거운 물줄기가 어깨를 정직하게 때렸다. 홧홧한 열기가 피부를 감싸자 하루의 피로가 하얀 김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젖은 몸을 닦고 침대에 눕자,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이 피부에 서늘하게 닿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2월의 안개가 도시를 덮고 있었고, 가끔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호흡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더 이상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 그냥 같은 공간에 누워 있다는 무용한 사실이 주는 안온함이 우리를 감쌌다. 60%의 힘만 쓰고 나머지 40%는 비축하며 보내는 시간. 이 정도면 충분한 여행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
창문에 맺힌 작은 물방울 하나가 느릿하게 궤적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 야시장에서 갓 튀겨낸 지파이와 진한 풍미의 밀크티 조합
- 편의점에서 고른 대만 한정판 짭짤한 과자와 시원한 캔맥주